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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와 부업, 그 미묘한 경계에 관하여.

by 선배/마루토스 2019.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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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제 생각에 '취미'의 본질은 아주 간단합니다.

일상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자유시간에 자기 좋은거 좋은만큼 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풀고 삶에 활력을 가져오는 모든 활동을 의미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놓쳐서는 안될 특성이 하나있는데 그건 바로 취미는 기본적으로 "비생산적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등산을 하던 여행을 하던 스키를 타던 영화를 보건 음악을 듣던 건담을 만들건 사진을 찍건...기본적으로 비생산적 활동이예요.

결과적으로 요리나 완성품이나 사진이나 그림이 생산되어질 수는 있으나 그건 부산물일뿐입니다.

 

 

그렇기에 '소비' '수집'또한 아주 훌륭한 취미의 하나입니다.

재화를 소비하고 물질을 습득하고 수집한 후 감상만 하는 비생산적 활동은 사람을 매우 행복하게 해요.

취미의 본질이 비생산적 활동이라니깐요. 그런데다 돈을 대체 왜쓰냐 하는 사람들은 취미의 본질을 모르는 겁니다.

기원전 로마에서 시칠리아산 비너스 조각품을 귀족들이 구매해 정원에 장식해놓고 낮이고 밤이고 바라보며 감탄하고 좋아하는 거랑

21세기 아파트 거실에 건프라 만든거/산거 장식해놓고 낮이고 밤이고 바라보며 감탄하고 좋아하는 거랑 똑같습니다.

오히려 후자쪽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정도의 차이점은 있겠네요.

 

 

 

 

 

 

한편, 그러한 취미중에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취미도 분명히 있어요.

프라모델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노래를 부르며, 자수를 하고, 식물을 키웁니다.


분명 비생산적 활동이라더니?

네. 맞아요. 뭔가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것들은 비생산적 활동입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생산은 '재화'의 생산이냐 아니냐가 관건이거든요.


그러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즐기고 그 완성도를 보며 희열을 느끼는...그 일련의 과정이 취미로서의 본질입니다.

결과물은 그 과정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서는 결코 재화로 기능하지 않아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어코 그걸 판매하여 재화로 환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부터는 그건 취미가 아니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그러한 일련의 경제활동은 취미이상 직업미만의 '부업'인거죠.


억지로 우기면 '부업'또한 하나의 취미 범주에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하였듯이 취미의 본질, 즉 일상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자유시간에 자기 좋은거 좋은만큼 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풀고 삶에 활력을 가져오는게 아니라

"부업을 통해 돈벌이를 많이 하면 기분좋고 많이 못벌면 속상하다"면 그건 이미 취미가 아닌거가 된다는 소리예요.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그래서 저는 이러한 취미중 부산물이 발생하는 사진이나 프라모델 같은 취미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지나친 완성도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이라고 봅니다.

물론 자기가 어떤 선을 그어놓고 그것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즐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요.

하지만 그 선이 지나치게 높아 거의 뭐 원오브사우전드급의 예술작품이 되면 비로소 좋아하고 돈을 억수로 벌어야 만족스럽고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짜증내고 스트레스 받고 그런다면 그건 약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는겁니다.


취미생활 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더 쌓이는지...그게 바로 취미생활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바로메터 라고 생각해요.

유난히 비교하고 경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게 몰아가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특히나 취미로 돈 많이 벌었냐 내지는 무슨대회 입상이나 상금 많이 받았냐 가지고 은연중에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강한데...

 

돈벌이나 완성도가지고 겨루는거......그거 솔직히 일에서 치이는 걸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_-;;

 

사진 찍는 과정에서 명소 발견했으면 사진은 개떡같이 찍었어도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찍으며 재미난 포즈하고 어깨동무도 하고 하며 친구 가족끼리 사이좋게 놀았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카톡으로 인스타로 떡보정한 사진 주고 받고 셀카놀이하며 놀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인화도 하고 출력도 하고 TV연결해서 같이 보고 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완제품 수집해서 기분좋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프라탑 쌓아서 기분좋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가조 대충 해서 포징해 기분좋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풀도색 완벽하게 해서 칭찬받고 기분좋으면 그 자체로 훌륭한 취미인거고...


돈 한푼 벌지 않았을지언정 스트레스 풀고 기분좋았다면 다 같은 좋은 취미잖아요.....?

 

 

물론 한편으론 쓸고퀄, 잉여....그런것들이 일종의 로망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

 

여태까지 잘 해오셨던 분들은 그대로 쭉 멈추지 말고 건전한 취미생활 하시고

돈 많이 버는것도 아닌데 그런거 왜 찍냐/왜 만드냐.....이딴 소리 하는 마음 가난한 분들은 새해 새로운 관점으로 취미를 재정의 해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한동안 심신이 정말 지쳐서 블로그 포스팅을 한달 가까이 쉬었어요.

이쪽도 취미의 일환인데 제가 블로그로 돈벌고 이름날리는게 목적이 아니므로 스트레스 받을바엔 쉬는게 정답이잖아요? 그래서 푹 쉬었습니다. :)

 

이제 휴가도 다녀오고 활력도 어느정도 돌아온듯 하니 이 힘으로 닌텐도 스위치 젤다 야생의 숨결을 열심히 플레이.....가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도 전과 같은 주기로 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