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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 복고 유행을 보고 드는 단상.

by 선배/마루토스 2019.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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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본문과 상관없이 산으로 가는 포스팅용 건담 짤방 ㅋㅋ)

 

 

사진 찍는 분들중에 가끔 보면 아주 오래전의 폴라로이드 느낌 사진이라던가 은염필름 느낌 사진 등등...

요컨데 과거의 표현법에 매혹되고 이를 재현, 복각, 추종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접합니다. 특히 나이드신 분들보다 오히려 젊은 층들에게서 자주 보여요.

아마도 그것은 또래들 다 똑같은 디지털 카메라를 쓰다보니 개성상실처럼 느껴져서

자기만의 개성을 획득하고 좀 튀기위해서일수도 있고 그 외 여러가지 다른 이유가 각각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필름/필름느낌 사진들이 우리 내면속 깊은곳에 위치한 익숙함과 그리움을 아주 강하게 자극한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어요.

다른 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그런 식으로 사진을 즐기는 것 또한 그분들의 자유이고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금은 코닥이 흑백필름 대량생산체계를 막 갖추던 1919년이 아니라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의 역사 이제 겨우 100년 남짓이건만

사람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탐색하고 모색하며 시험하기보다는 검증된 과거 대가들의 표현법과 방법에 매몰되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저 개인적으론 아마 프로 막론하고 작품활동 하는 수많은 분들의 사진을 접힐때

과거로의 회귀를 표명하신 분들에 대한 평가에 박해지고

뭐가 되었건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방법과 표현을 시도하는 분들에 대해 좀 더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예요.

 

전 기왕이면 사진 이라는 새로운 예술장르이니만큼  뭔가 더 새롭고 참신한걸 보고 싶거든요.

뭐 역설적으로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참신함을 획득할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건 아마 아주 드문 경우가 되겠죠.

 

그보단 과거의 거장들 흉내 낸답시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분들 흑백으로 몰래 찍어 예술가인양 할 확률이 높은게 현실일겁니다. (....)

물론, 골목이나 가족의 추억등을 남기는 기록적 성격이 강한 사진들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그보단 좀더 예술지향적이고 회화적인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인거죠.

 

예전에도 이야기 한 적 몇번 있습니다만, 현행 디지털 카메라에 사용되는 디지털 센서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 못합니다.

과거엔 흑백이 너무 당연한거고 컬러가 과보정처럼 느껴졌었다면 현대엔 컬러가 당연한거고 흑백이야말로 과보정 포샵질 사진의 끝판왕입니다.

그 과보정 포샵 끝판왕인 흑백사진 화질 다 뭉개지는 SNS에 떡 하니 올려놓고

'쯧쯧쯧 요즘 컬러 찍는 사람들은 HDR이니 뭐니 포샵을 너무해서 문제야~' 이러면 정말 옆에서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요. (....)

 

이렇듯 국내 사진관련 평가나 전시회등에서 가장 성토의 대상이 되는 것중 하나가 강한 채도의 색에 대한 겁니다.

국내 사진관련 평론가들은 색왜곡에 대해 무슨 강박관념을 가진양 색이 좀 강하다 싶은 사진은 예외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곤 합니다.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같은 예외적 경우 빼고 국내 이름난 사진전에서 강채도 사진이 상받는걸 전 솔직히 본적이 없어요.

색이 과장되거나 왜곡되는건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국내 사진계에는 그만큼 만연해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색을 왜곡하는 흑백사진에 대해서는 세상에 그렇게 관대할 수가 없어요.

사진 뒤 배경에 붓이나 포토샵으로 흰칠 검은색 먹칠을 해도 좋다고 상을 줍니다.

레알로. 농담아니고 진짜로요. 한두번이 아니예요.

 

국내 몇몇 사진관련 단체의 사진전, 사진대회등의 출품작이나 수상작도 보면 지금이 2020년이라는 사실을 망각케 할만큼 과거지향입니다.

해외에서도 그런 경향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정도는 아니예요.

뭣보다도 국내 사진 대회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적 소재' ''한국적 느낌'에 지나치게 연연해합니다.

그러니 해외사진들과 나란히 섰을때 경쟁력이 없는거예요.

해외의 좋은 사진들은 보면 점점 국경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국내 사진전들은 수상 기준이 '한국적'인거에 얽매여서 한발짝도 앞으로 못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대상이 되는 소재는 반드시 소위말하는 한국적인 것들입니다.

탈, 불상, 한복입은 노인, 무너져가는 사찰, 승무... 신세대 찍으면 수상권과는 영원히 바이바이예요.

외국인도 어디 전쟁터 난민 내지는 이슬람 여인처럼 이국적 색이 강한 사람을 찍어야만 합니다.

오죽하면 상타려면 상타기 위한 공식을 지키라는 말이 선배들로부터 후배들에게 암암리에 전해지겠습니까.

이러다보니 국내 사진 관련 상들의 권위는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더이상 떨어질데가 없을정도로 무가치한데 그나마 그것밖에 없으니 다들 한국적인거 확대재생산해서 너도 나도 상한번 타보자...

이게 바로 고인물이고 타파해야할 적폐이며 새로운 예술을 위해 일신해야 할 고정관념이예요.

원래 예술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없어야 바람직합니다.

근데 유독 한국, 유독 사진계는 없는 국경을 기어이 만들지 않고는 성이 풀리지 않는 분들이 위에 앉아계신것같아 답답해요.

보다보면 막 없던 암이 생길것같은 기분이 들정도예요.

그놈의 한국 전통 유교 ...그런거 빼고 순수하게 사진으로 말했으면 좋겠는데말입니다.

 

2020년대에 1920년대 느낌의 사진이 최고다 치켜세우기보다는,

새로운 표현법을 찾아내지 못해 과거로 도망치기보다는,

여태까지 없던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그런 모습의 선구자적 도전자세를 좀 더 많이 보고 싶다...

 

그냥 관객으로서 그런 생각을 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