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진 처음 단계에서는, 즉 본신내공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마치 비급과도 같은 것이 이런 특정 카메라에 내장되어있는 간편한 보정기능과
고수분들이 만드셨다는 픽쳐스타일, 프리셋..그리고 액션등이죠.
자기가 아무 노력, 아무 공부 하지 않아도 제조사에서 만들어준 보정기능으로,
혹은 훨씬 위에 있는 고수분들이 머리를 싸매고 수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약해 만든 이런걸 씀으로서
그분들과 엇비슷한 결과물을 내어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당연히 들게 되어있습니다.
또 사실 상당부분 그런 결과물이 나와주고 말입니다.
하지만...거기서 끝입니다.
여기서 안주하고 여기에 익숙해지다보면 어떻게 되느냐?
계속합니다. 같은 일을...
다른 고수분의 픽쳐스타일, 프리셋, 액션등을 하염없이 모으기만 합니다.
혹은 어떤 특정한 보정기능이 있는 카메라, 특별한 색감을 내어준다는 카메라에만 연연하게 됩니다.
언제 어느걸 골라 쓰는것이 최선이다..같은 개념은 나중이고
이사람이 더 고수니까 이사람꺼가 더 좋을거야....이사람 사진이 더 맘에 드니 이사람꺼가 내게 더 맞을거같아...이러면서요.
혹은 카메라가 다 해주니 너무 편하다~ 이카메라 보정기능은 캡이다~ 이러면서말입니다.
그 결과 두가지 부작용이 생깁니다.
첫째는 본신내공의 증진이 그만큼 느려지거나 혹은 아예 정체되어버린다는 것...
내공의 증진을 위한 어려운 공부, 노력을 아예 하지 않으려 들게 된다는것..
특정카메라만 쓰면 맘에 드는 색감이 나와주는데 내가 왜 그런 귀찮은걸 해야 하나 하게되고
고수분들의 파일만 구하면 단숨에 그 고수분이 된거같은 결과물이 나와주는데 의욕과 열정이 불타오를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두번째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어찌보면 가장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그 부작용이란
"자기만의 오리지널리티 확보의 실패"입니다.
남의 설정, 남의 보정법만 사용하는데 당연히 자기만의 그 무엇, 자기만의 개성과 독특함이 발생 할 수가 없습니다.
가장 잘 적용해보았자 그거 만든 고수님 사진의 마이너카피정도에 불과한 결과물에서 그치게됩니다.
아무리 잘 찍어보았자 해당 특정 카메라 쓰는 사람들 사진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 지금도 역시 듣보잡 하수에 불과하긴 매한가지입니다만
입문 초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픽쳐스타일...새로운 커브...새로운 액션....미친듯이 모으고 또 적용시키고 했었죠.
특정한 색감이 나온다는 카메라를 보며 입에 침을 질질 흘리고 그랬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그렇게 찍고 보정한 제 사진들을 되돌아보다 불현듯 느꼈습니다.
"이게 과연 나만의 사진이라 할 수 있는가? 죄 어디선가 본듯한 색감과 느낌일 뿐이잖은가?"
하수시절...남의 사진을 흉내내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어떤 의미에선 학습에 있어 흉내만큼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남이 찍었다는 포인트에서 남이 찍은것과 비슷한 구도로 남이 찍은 설정 그대로 가져와 찍고
남이 만든 보정방법대로 보정해봄으로서 최소한 그 "남"만큼의 노하우는 훔쳐내고 익힐 수 있습니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간편한 보정법으로 버튼 몇개만 눌러도 소위 필름느낌같은거 나는 왠지 있어보이는 사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리지널리티라는것은 남과 다를때 비로서 발생합니다.
남과 다르기위해서는 남보다 한가지 더 생각하고 남보다 한가지 더 독특해야 하며 남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흉내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결코 아니지만
그렇게 언제까지고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전.
그래서 어줍잖으나마 더이상 남의 것을 사용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것이 고수가 만든 설정 세팅이건...제조사가 제공하는 보정법이건간에 말입니다.
그래서 되건 안되건 스스로 카메라 내장용 픽쳐스타일도 만들어보고
스스로 포토샵 프리셋도 만들어보고
스스로 포토샵 액션도 만들어보고
스스로 포토샵 커브도 만들어보면서
그 과정을 익히고, 생각하고, 이해하면서 저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고자 방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죠.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쉽지 않냐면 이 생각을 떠올린지 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저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잡지도 못한 상태로 헤매이고 있고
허구헌날 프리셋, 커브, 액션 만들었다 수정했다 하며 삽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마음은 편하더라구요.
더이상 그 누군가의 사진과 비슷하지 않게 되었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말입니다.
설령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저의 세팅이 그 누군가와 비슷해보일수는 있지만
스스로 만들었기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비슷해보일지언정 결코 같지는 않을거라는 자신감말입니다.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서....예전의 제가 그랬듯이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이시고
고수분들의 노하우가 담긴 그 무엇을 찾아다니며 받아 모아두기 바쁘신 분들도 많이 보이시는데
그거야 그거 나름대로 좋은일이고 가치있는 일입니다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필요성과
그런 순서를 거쳐 다음단계로 가는 방법등에 대해서도.....한번 생각들 해보시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뻘글 또 한번 적어봅니다.
특정 카메라, 특정 고수분들의 세팅은 처음엔 따라잡기 위한 하나의 대상,
혹은 아무것도 모를때 간편히 끌어다 쓸 수 있는 편리함은 있을지언정..
그것이 과정이 되어 그 이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하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요...
물론, 그 이상으로 가지 않으셔도 그만입니다.
일반취미레벨에서 어려운 생각, 공부 안하고 맘편히 찍으시는 분들은 딱 거기 안주하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내공의 향상을 통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그 무엇을 쟁취해보고자 하는
열성 사진사분들께만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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