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미러리스....저렴하고 좋은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고
햇수도 꽤 오래 쌓이다보니
브랜드, 기종을 막론하고 솔직히 기본 사진실력의 상향평준화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봅니다.
그런데 뭐 내공이란게 초기엔 빨리 쌓이고 나중될수록 점차 둔화되기 시작해
어느시기부터는 도통 늘어나질 않는 문턱에 도달하게 되죠.
이 문턱에 먼저 도달해 계신 분들도 있고
시간차를 두고 좀 늦게 도달하시는 분도 있으며
이 문턱에 거의 근접하신 분들도 계신데
어쨌건간에 소위 흔히들 말하는 쨍하고 선명하고 화사한 사진...이라는 기본명제는
어지간한 분들은 뭐 기본으로 만족시키는 그런 상향평준화가 꽤 이뤄졌다 생각해요.
문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게 위에서도 말했듯 보통 어려운게 아니라는 겁니다.
선명하고 쨍하고 화사하다 라는 눈에 확 보이는 목표까지야 솔직히 쉽진 않아도 어렵지는 않은 부분인데 비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나만의 적정노출" "나만의 테마, 주제" "나만의 표현법"...
그리고 멋진 사진의 저 위에 존재하는 "좋은 사진"이라는 명제를 만족시킨다는것은
어디서 제대로 사진 배워보지 않은 아마추어로서는 꽤나 크고 두꺼운 벽이거든요.
치열한 자기반성도 필요하고...좋은 스승의 존재도 필요하고....
사실 뭐 꼭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절대적 당위성, 필요성이 있는것도 아니고 말이죠.
하지만 일단 이 문턱까지 오게 되면 비로서 몸으로 크게 체감합니다.
이 벽의 두터움을. 이 벽을 뛰어 넘은 분들의 대단함을. 이 벽 위에 존재할 무궁한 사진의 경지를....
그 결과, 보통은 자신을 낮추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예요. 예술의 경지 어디에 끝이 있나요...?
끝이 없다는걸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될 수록
자기 사진이 별볼일 없는 그저 쨍하고 선명하기만 한 사진이란 사실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낮출 수 밖에 없습니다.
낮추지 않는다면 그건 뭐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르는 격이요,
다 익은 벼가 고개 숙인다는 진리조차 모르는 케이스로서 오히려 심하게 욕먹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분들의 숫자가 상향평준화의 경향으로 인해 많아지다보니
초보분들 보기엔 사진 정말 잘찍는것 같은데 스스로 사진 못찍는다, 내공이 형편없다, 실력이 안는다며
마치 진짜 못찍는 사람을 놀려대는듯 느껴질 수도 있을겁니다.
보기 불편해 하시는 분들도 많고
서로 겸손을 가장해 얼굴에 금칠이나 하고 앉았는 모양새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이것도 하나의 흐름이요, 상향평준화가 가져오는 일종의 현상 아닐까 싶어요.
사진 내공의 상향평준화가 가져오는 현상들은 이것 외에도 참 다양합니다.
위와는 반대로...자기 생각에 자기가 사진을 제법 잘찍는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시게 되는 경우 흔히 보이는 현상은
첫째, 사진으로 돈벌이를 하려 든다.
둘째, 스스로 예술가연 하려 든다.
셋째, 남을 쉽게 가르치려 든다(특히 사진보다 장비측면에서)....같은게 있을 겁니다.
........쓰고보니 무진장 찔리는군요....;
사실 다른 포스팅에서 이 세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짚은 바가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키로 하겠습니다만,
아마추어 레벨에서 딱 두가지만 경계하셨으면 싶은건 있어요.
첫째는 "작품"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일상을 담으며 어느 순간 일상이 예술과 접목하게 되는 한 순간을 찍는것은
저를 비롯한 가족사진사의 공통된 소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진, 특히 남 보여주기용으로 그런 사진을 꼭 찍어야 할 당위성은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오늘 저 위에 올린 사진이 그렇습니다.
작품따위랑은 20만 광년쯤 떨어진...말 그대로 순수한 일상의 사진이지요.
의외로...이런 사진을 남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 보여주는 사진은 작품성이 있는 예술적 사진이어야 한다, 그것이 설령 아이들을 찍은 가족사진이라 할지라도! 라는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신 경우가 생각외로 많거든요....
그러지 말고 그냥 순수한 일상으로도 충분하니 많이 찍고 많이 보여주세요.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크게 내공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둘째로는 가족사진 외의 사진을 주 테마로 삼는 분들에게 해당하는 경우인데
바로 피사체 지상주의....를 경계하자는 겁니다.
이부분은 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고 나중에 한번 진짜 제대로 짚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기때문에 언급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진의 상향평준화 현상은 점점 더 두드러질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분들이 쨍하고 화사한 사진 찍는 단계까지 오신다 하더라도
그 다음, 벽 너머의 경지로 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거예요.
이유야 뭐 간단하죠....그 이상의 경지로 가고자 한다면 사진만 찍어서는 어림도 없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알고, 미술을 알고, 인문학을 알고, 텍스트를 알고, 빛을 알고, 색을 알고....
그야말로 치열한 자기성찰 끝에 이 모든것을 하나로 아울러 어느순간 깨우침을 얻고 만류귀종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기초적 소양이 부족하다면 절대로 이 벽 너머로 갈 수 없기 때문이예요.
쨍한 사진 찍는 DSLR책 따위 백날 백권 읽어도 이 벽은 넘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를 10년동안 곰씹는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_-;;
저 역시 이 벽 앞에서 몇년째 좌절하고 있는 한사람이긴 하지만
그리고 언젠간 이 벽을 넘기를 갈망하고 있지만....뭐 안넘으면 어때요. 까짓거.
저 벽 넘는다 해서 제 아들과 딸이 더 행복해지냐면 그건 또 아닌지라....ㅋ;
잊지마세요.
우리가 사진을 직업이 아닌 취미로 하고 있는동안에는
우리의 제 1 목표는 행복이지, 실력이나 내공...조낸 멋진 한장 찍어 불특정다수에게 자랑하는 어설픈 실력자랑같은게 목표가 아니란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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