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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 잘찍는 10가지 요령과 당부의 말.

by 선배/마루토스 201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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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불꽃축제가 여의도에서 개최됩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불꽃이 쏘아 올려지는 이 아름다운 국제적 행사가 열릴 때마다

매년 반복해서 되풀이 되는 아름답지 못한 풍경이 하나 있으니


바로 사진기, 그것도 크고 무거우며 비싼 카메라를 든 분들의 사진욕심에서 비롯되는 횡포..들입니다.

횡포 라고 하니 무슨 대단히 악질적인 행위처럼 비춰질 수 있긴 한데

저는 실제로 횡포라고 생각하기에 횡포라고 적는 것입니다. 우선 그 사례들을 들어볼까요?


먼저 빨래줄등을 동원한 삼각대 자리 선점같은게 있습니다.

주로 동호회에서 단체로 불꽃사진을 찍으러 갈때 발생하는 풍경입니다.

만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공공의 공간의 일부에 동호회 회원 몇명이 나머지 사람들의 삼각대까지

한꺼번에 미리 가져가 명당자리를 선점하고 절대로 그 자리를 비켜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

주변에 빨래줄같은걸 빙 둘러 치고 작정하고 앉아있는거죠.


한 두명정도가 몇시간 전부터 20명정도의 자리를 그렇게 삼각대 다다다닥 펼쳐놓고 줄로 막아놓으면

지나가는 행인의 불편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불꽃놀이 잘보이는 위치 선점하는것까지는 뭐라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선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공원 땅이 그분들 것입니까?

빨래줄 쳐서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할 권리가 과연 그분들한테 있을까요?

 

그리고 사진욕심에서 발현되는 온갖 민폐들...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한장이라도 더 잘찍겠다는 일념하에

앉았다 섰다 삼각대 높였다 낮췄다 렌즈 앞에 종이 대었다 떼었다를 반복하면서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과 함께 나온 다른 가족분들은 아랑곳않고 사진찍다

자기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일어서서 화각을 좀 가리기라도 하면 대번에 윽박지르고 욕을 합니다.


그런 사람 없을거라고요? 진짜 있어요. 비싸고 큰 카메라 든 백발 성성한 할아버지부터 젊은 청년에 이르기까지

대놓고 앞사람들에게 쌍욕을 내뱉습니다.

불꽃놀이를 눈으로 즐기러 온 다른 사람들 기분 아주 제대로 망쳐주는 분들이 말이죠.

모르긴해도 참 많이들 당해보셨을 겁니다 이거.

게다가 뭔 짐은 그렇게 한가득 싸왔는지...가뜩이나 삼각대 펴고 두명분 자리 기본으로 가져가시면서

그 옆에 추가 삼각대에 추가 카메라 펴는 분도 있고...다른 장비들 들어있는 가방 하며...

소위 명당자리 라고 하는 위치일수록, 이런 분들이 바글거립니다.


앞자리 사람들이 뭐 좀 찾는데 어두워서 핸드폰 라이트같은걸로 불좀 비추면 아주 가관이예요.

그 라이트가 벌브로 열어둔 카메라 렌즈에 들어가면 사진을 망치기때문에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뻥안치고 큰 카메라에 삼각대 들고 나온 사람들 주변을 피해 자리 잡으라는 소리까지 나오는게 현 상황이예요.

같은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큰 행사, 멋진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진 좀 더 잘찍기 위해 주변의 다른, 눈으로 그 멋진 불꽃을 보러 온 분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기분을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도대체 그깟 사진이 뭐길래 자기 욕심 채우느라 다른 분들에게 이런 저런 폐를 아무렇지도 안게 끼치는건지...

그 불꽃사진, 누구나 다 찍는 사진이기에 오히려 가치가 떨어집니다.

기본 레벨이 올라 벌브 검은종이 신공 정도만 써도 누구나 깔끔하게 담을 수 있기때문에 차별화는 더더욱 힘들어요.

자기딴엔 되게 잘찍은 불꽃 사진 같죠? 어지간한 불꽃사진은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정도로 상향평준화 되어있어요.


그런데 그거 조금 더 조금 더...이러면서 화내고..욕하고..자리선점하고....이게 대체 뭐하는 겁니까.


이러니까 카메라 큰거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점점 더 나빠져만 가는거예요.

남들 다 찍는거 자기도 찍으려 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눈으로 즐기는건 어떨까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마지막의 숀펜의 대사를 생각해보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당부의 말이었고,


그래도 카메라 비싼거 사서 이런거도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분들께 간단한 10가지 요령을 전수하자면


1. 삼각대는 절대필수입니다.

2. 기본요령은 벌브모드에서 렌즈 앞을 검은 종이같은걸로 가렸다가 불꽃 원하는게 올라가면 종이 치웠다가 다시 종이로 가리는,

3. 다시말해 셔터를 열어둔 상태에서 제 2의 셔터를 만들어 찍는게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릴리스가 편하신 분은 뭐 그거 쓰시고..

4. 화각이야 환경따라 거리따라 다른거고...아참 절대 다리위에서 찍지마세요. 삼각대 써도 흔들립니다.

5. 불꽃의 궤적까지 담을건지 순간만 담을건지에 따라 감도를 낮추거나 높이거나 택일하시면 됩니다.

6. JPG촬영하는 분들은 화밸에 신경쓰세요. 깔끔한 불꽃은 생각보다 색온도 낮게 잡았을 때 나옵니다.

7. 애초에 벌브에 맞게 세팅 잘 하신 다음엔 뷰파인더 보며 찍을 생각 마시고

8. 아예 뷰파인더를 막아버리세요. 카메라줄에 보면 막는거 있을겁니다. 뷰파인더로 들어가는 잡광이 사진을 뿌옇게 해요.

9. 무엇보다도 따듯하게 입고 가세요. 아예 손난로도 챙겨가시면 좋습니다. 농담아니고 얼어죽어요....

10. CPL필터 사용하시는게 잡광제거에 유리한데, 너무 싸구려 쓰시면 오히려 플레어 고스트가 생길수 있으니 잘 판단하세요.

 

....정도를 말할 수 있겠네요.

올 불꽃축제도 저는 안갈거지만, 들려오는 나쁜 소식이 부디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