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블로그나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서 제게 요즘 타 브랜드의 카메라들도 아주 좋아졌고
특히 미러리스등 가벼우면서도 좋은 카메라가 많이 나왔는데 왜 굳이 오래되고 무거운 캐논 카메라와 렌즈들을 쓰는지 이유를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질문의 빈도도 꽤 잦은 편이고
이참에 제가 다른 카메라나 새로운 렌즈를 사지 않는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어져서 오래간만에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1. 지금 장비에 불만은 있어도 부족하지는 않다.
- 지금 제가 가진 바디와 렌즈들에 당연히 저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더 좋은 장비, 더 좋은 렌즈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포스팅들에서 수차례에 걸쳐 언급했듯...더 좋은 장비와 더 좋은 렌즈보다 더 중요한건 더 나은 내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의 제 내공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바디와 렌즈가 아니라 바로 제 내공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굳이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를 들인다 해서 제 내공이 갑자기 일취월장 할까요..?
그렇지 않을겁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건 장비가 아니라 실력이고 내공이며 빛에 대한 이해요 사진에 대한 열정과 노력입니다.
2. 지금 내 손에 들린, 손에 익은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니까.
전 캐논이라는 브랜드가 좋아서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처음 선택할때 가격 대비 성능에서 무난한걸 원하다보니 그리 되었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계속 캐논을 쓰고는 있긴 합니다만...문제는 제가 그렇게 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다는 겁니다.
10년동안 수만번의 셔터를 누르고 수만장의 사진을 보정하면서 저는 캐논장비를 다루는데 아주 익숙해져 있으며 캐논의 RAW파일을 보정하는데
너무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제가 니콘이나 소니등 다른 브랜드의 장비로 갈아탄다고 해보죠.
설령 그 브랜드의 카메라들의 성능이 지금 제가 쓰는 장비를 압도할지라도...지금 제가 쓰는 장비만큼 자유자재로 다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할것입니다. 또한 보정에 있어서도 이미지 프로세싱이 전혀 다른 카메라의 사진들을 지금 캐논사진 만지듯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력이 추가로 들겠죠.. 물론 기변하면서 장비 팔고, 사고 하며 돈은 돈대로 쓰고 수고는 수고대로 해야 할겁니다.
그런데 왜 제가 그런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들여야 할까요..? 아주 약간의 나은 성능, 아주 약간의 나은 화질, 아주 약간의 나은 편의성때문에....?
차라리 그런거 깨끗하게 포기하고 지금 손에 들린,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카메라로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그 시간과 노력을 쓰고싶습니다.
철새처럼 조금 더 나은 카메라 찾아다니기보다, 한자리에서 꾸준히...훗날 어떤 카메라를 쓰더라도 변치 않을 저만의 그 무엇을 쌓아놓고 싶습니다.
3. 부족한 내공과 열정을 장비탓 무게탓 하고 싶지 않아서.
물론 정말로 DSLR카메라의 바디와 렌즈의 무게와 부피가 너무너무 부담스럽고 들고 나가기 힘드신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저처럼 아이가 둘 넘어가는데 외출할때마다 무겁고 큰 카메라 꼬박꼬박 챙겨나가는거 정말 힘든 일이라는거 저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최소한 카메라 안들고 나가는걸 무게탓, 부피탓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진블로거로서 ..가벼운 단렌즈 하나 물려 나가는 정도의 열정조차 없이 어찌 사진을 논하겠습니까.
찍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게가 10kg이 넘는 풀장비도 꼬박꼬박 챙겨나가는 법이고
찍고자 하는 마음이 없고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미러리스 카메라 무게가 1kg이 안되도 놓고 다니는 법입니다.
전 제 자신에 대한 다짐의 하나로서 최소한 무게탓 부피탓은 안하기로 마음먹었기에...더 가볍고 더 편한 미러리스도 마다할 뿐입니다.
4. 렌즈탓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서.
저는 50.4 단렌즈를 산 이래 6년이 넘도록 애용하고 있습니다. 6년 넘게 이 렌즈로 사진의 80% 이상을 찍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문득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이 렌즈로는 XX는 못찍어, 라고 처음부터 단정지으면 영영 못찍는 거고
이 렌즈로도 XX는 찍을 수 있어, 라고 처음부터 믿고 정진하다보면 정말로 찍을 수 있더라는 걸 깨달은 겁니다.
저도 더 넓은 광각렌즈, 더 밝은 준망원 단렌즈같은거 탐납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걸 들인다면 모르긴 해도 지금 막 깨달아가기 시작하는 그 무엇을
영영 놓칠것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표준단렌즈로도 광각처럼, 망원처럼 찍을 수 있다고...표준 줌렌즈로도 단렌즈처럼 활용할 수 있다고..
망원렌즈로도 언젠가는 광각렌즈느낌 낼 수 있다고..그런 믿음이 조금씩 생겨가는 중간단계에 있거든요.
물론 돈이 없어서 못사는 거긴 합니다. -_-;;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도 엄청나게 인기좋은 몇몇 렌즈의 경우엔 전혀 사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합니다.
그 렌즈들로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다는건 알지만 제가 추구하는건 그런게 아니라는걸 깨달아가고 있기 때문에요.
사실 지금 가진 표준줌, 표준단, 그리고 망원줌렌즈 셋으로도 못찍을 사진은 없는 구성이고 말입니다.
이 셋으로 못찍는 사진이 있다면 그건 제 내공탓을 해야지 렌즈탓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게 50.4 렌즈가 6년 넘는 기간동안 제게 준 깨달음입니다.
5. 장비가 바뀌어도 그사람의 사진의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기에
저는 보시다시피 제 아들과 딸 사진을 찍는 사람입니다.
이런 제가 카메라나 렌즈를 바꾸었다 해서 제 사진의 본질이 변하느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사진이라는 취미를 통해 원하는건 극히 간단해요. 조금 더 행복해 지는 것입니다.
지금 쓰는 캐논카메라로 애들 찍으면 덜 행복하고, 최신형 니콘 카메라로 애들 사진 찍으면 조금 더 행복할까요 과연?
지금 쓰는 장비들로 찍는 사진도 가족사진 아이들사진이고 장비를 바꿔 찍는다 해도 여전히 제 사진은 가족사진 아이들사진일 것입니다.
다시말해 제가 찍는 사진의 목적, 사진의 주제는 카메라가 바뀌고 렌즈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것임이 너무나 명확합니다.
제 사진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을것이 명확하고, 제 장비들에 특별히 부족함도 없는데
화질이나 편의성, 성능같은 사진외적 요소때문에 기변해본들 변하는건 고작해야 뽀대와 사진의 선명함정도일거라는 겁니다.
여기까지 사고가 정리되어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변한다면 그건 제가 제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요,
여태까지 블로그에 쓴 글들이 다 뻥이라는 증명임에 다름아닐것입니다. -_-;;
물론....저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기변할것입니다.
특히 가끔 행사 스냅촬영일을 뛰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쪽으로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디도 바꾸고 렌즈도 추가할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바디 기변 3번이나 했는걸요. 앞으로도 계속 하긴 할겁니다.
다만 그에 합당하는, 스스로에게 물어 전혀 부끄러울것 없는 합리적인 이유와 근거가 존재 하고 그것이 저희 가족의 행복에 분명하게 +될거라는 확신이 있을 때,
와이프님과 잘 합의하여 하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죠. 그 때가....(좁혀보면 당장 D800, 5D mk3나 1Dx로는 안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ㅎㅎ)
오늘도 글이 좀 길어졌는데
쓰고나서 다시 올려보니 자기합리화의 극이네요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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