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터넷 사회에서 사진은..기본적으로 찍히는 사람에게 있어 끝장날만큼 충분히 폭력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혹은 의도가 숭고했건 저렴했건간에 상관없이.
찍는 아마추어들의 절제되지 않은 욕심이 빚어낸 사진 몇장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인생이 춤추며 떨어져내린다.
통제되지 못하는 인터넷의 전파력앞에 경범죄지은 사람이
마녀사냥 당하고 이땅에서 얼굴들고 다닐수 없을만큼 상처받는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사례를 너무나 많이 봐왔다.
인류역사상 일반 시민 개개인에게 이토록 무서운 흉기가 주어진것은
아마도 21세기가 처음일것이다.
그렇기에 자기손에 들린 빛을 담는 흉기로 불특정인을 담고 또 네트웍상에 올릴때
우리는 재삼 재사 생각하고 숙고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초상권양해각서복사본조차 들고다니지 않으면서 스냅찍는 모든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할 수가 없다.
문제는 초상권양해각서에 서명은 커녕..복사본을 챙길만큼 자각있는 아마추어를
거의 본적이 없다는데 있다. 무서운 일이다.
사진찍고 찍힌 사람에게 목례했으니 되었다고?
사진찍고 찍힌 사람이 웃었으니 양해받은거라고?
사진찍고 찍힌 사람이 인사불성이라 할수없이 못받았다고?
사진찍고 찍힌 사람이 앞모습 아니니 괜찮을거라고?
법정에서도 과연 그런말이 통할까?
아니 그 이전에 자기 양심에 비춰 그게 초상권에 대한 양해라고 주장할 수나 있는걸까?
찍힌 사람이 자기 사진에 어떤 제목이 붙어 어디에 어떻게 쓰일것인지 어떻게 알고
그시점에서 웃음 한번에 모든걸 용납했을거라 가정하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기는 초상권양해각서를 설명하고 서명받을 각오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감히 타인의 얼굴을 담아 그의 인생을 마음대로 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사진의 자연스럽지 못함만을 탓하는건 더더욱 어불성설.
예술을 위해 그정도는 괜찮다라던가
사회기록을 위해 이정도는 용납되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척박하다는 소리는 정말 shit이다.
지킬거 지키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각서에 서명받는것도 사진사의 능력이고
각서에 서명받고도 자연스러움을 잡아내는것도 사진사의 능력이다.
애초에 자기들이 하는것이 본질적으로 폭력이라는 기본적인 개념이 없다는게 문제다.
애초에 본인들이 하는것이 예술이라는 자기미화에 만취해 있다는게 문제다.
최소한 자기 능력이 없으면서 다른탓은 하지 말자.
최소한 자기 흉기에 대한 자각은 하며 찍자.
최소한의 각오가 없다면, 그냥 찍질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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