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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교환형 카메라 시장의 그동안의 변화와 미래 예상

by 선배/마루토스 2020.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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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아닌 취미로서의 사진은 원래 극 소수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사진이 열라 고상하고 예술성이 높아서가 결코 아니라, 그저 단지 돈이 적잖게 들 뿐더러 취미중에선 드물게도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고 귀찮은 유형의 취미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라이카같은 RF카메라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즐겨썼던 캐논 AE-1이나 니콘의 FM2같은 카메라들도 과거엔 적잖게 비싼 카메라였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요즘의 고정 2.8 망원줌렌즈와는 비교도 안될 레벨의 망원렌즈같은것도 당시로선 어처구니 없는 가격을 자랑했었다. 아버지가 뜬금포로 니콘 카메라와 렌즈를 사오셨을때 어머니와 부부싸움 대판했던 기억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8~90년대 필름시절까지만 해도 사진 제대로 찍기 위해 카메라와 렌즈 몇개를 갖추려면 남대문이나 충무로에서 상당한 금액을 써야 했는데 아직 신용카드도 대중화 되기 전엔 아무나 쉽게 쓸수있는 금액도 아니었을 뿐더러 일단 그렇게 장비를 장만했다 하더라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아 일본책 번역된거 몇권으로 전전긍긍하며 독학해야 하기 일수였으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드는 필름가격은 모처럼 산 비싼 카메라로 일년에 사진 그리 많이 못찍게 하는데 톡톡히 일조를 하였다. 보통의 취미사진사라면 한번 나갔을때 필름 한두통 쓰고나면 더이상 돈아까와 못찍겠다 소리가 나올정도였으니까. 

또한 컬러사진은 현상소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지만 흑백으로 찍고 프린트에 이르는 과정을 자기가 작접 해보려면 천상 암실이 있어야 했다. 그러한 암실을 직접 가질 수 있는 사진사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고 많은 사진가들은 남의 암실을 빌려 작업해야 했으며,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예 암실을 이용해볼 기회를 갖기조차 어려웠다. 

게다가 순간광 플래시를 사용해 제대로 사진찍을 수 있는 취미 사진사는 사실상 전무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관련된 교재도 거의 없었고, 충분한 경험을 쌓기엔 필름값은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스튜디오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실패하지 않으며 찍을 수 있을 정도가 그당시의 상한선 같은 것이었다. 이때는 프로중에서도 순간광 제대로 쓰는 프로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일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취미 사진가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그렇게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찍은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피로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자기 암실도 떡 하니 있는 여유있는 사람들이야 인사동 갤러리 전세내서 작품전시회 하고 사람들 불러 인사도 주고받고 할 수 있었다지만 그야말로 소수였고 동호회 수준에서 여럿이 모여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어쩌다 좋은 기회가 생겨 신문이나 잡지등에 사진 몇장 개제되기라도 하면 집안의 영광소리 들을 정도였다.


슬라이드 필름 라이트박스에 올려 루빼로 감상하는 수준이면 이미 남다르다 소리 들을 정도였고 보통은 그저 혼자 혹은 가족이랑 인화된 사진 보고 즐기고 끝나는게 그 비싼 카메라와 렌즈에 비싼 필름 끼워 찍는 취미 사진사들의 종착지였다. 사진은 그렇게나 소수의 취미였다. 였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 당시의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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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던 사진바닥이 크게 움직이기 시작한 계기는 역시 디지털화였다.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 보급의 물살은 당시 확장하던 초창기 인터넷 소셜 미디어-싸이같은-와 맞물리며 단숨에 대세로 떠오르게 된다. 셔터만 누르면 현상도 인화도 할 필요 없고 인터넷을 통해 어디의 누구와도 공유가 가능해짐에 따라 여태까지는 사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관심이 단숨에 사진에 집중되게 된다.


이당시 사진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90년대말 2000년대 초반에 취미가 뭐냐는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25%, 무려 1/4가 자기 취미는 사진이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디씨인사이드라던가 SLR클럽같은 커뮤니티가 급성장하기 시작한것도 2000년대 초기 이러한 사진붐을 타고였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면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사진기가 필요했다.


그중 진짜 제대로 사진을 취미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본격적으로 출시된 제품이 전설의 레전드 캐논의 DSLR카메라 300D였다. 필름카메라때와 같은 때깔의 고급진 사진을 찍으려면 수백만원이 넘는 고급 DSLR카메라 아니면 불가능했었는데, 300D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백만원 전후 가격의 보급형 고급 DSLR카메라가 취미 사진사들의 손이 닿는 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콤팩트 카메라와는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던 수많은 취미사진사들이 이때를 기점으로 렌즈교환형 고급카메라에 눈뜨게 된다. 필름시절과는 달리 바디랑 렌즈만 사면 영원히 필름값이 들지 않으니까 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이러한 붐을 타고 렌즈교환형 카메라시장은 2010년 초절정기에 이르게 된다. 초짜건 중수건 입문자건 숙련자건 가릴거없이 자기에게 맞는 적당한 가격의 고급 렌즈교환형 카메라와 렌즈 한두대 지르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바로 이때다. 

사진사이트, 소셜미디어도 그러한 열풍에 힘입어 엄청나게 성장하였으며 스냅 포토 시장에는 나도 카메라랑 렌즈값좀 건져봐야지 하며 유입된 아마추어들이 득시글 대는 기현상도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그 거품은 이윽고 순식간에 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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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취미라는 것이 그렇다. 진짜 그 사람의 적성에 맞아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취미라는건 의외로 쉽게 찾아지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시도해보기 전엔 그 취미가 자기한테 맞는 취미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사진이란 취미도 예외는 아니어서,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완성되는 것 처럼 보이기에 유입되는 사람의 수도 많았지만....그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것, 알아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매우 많으며...남다른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필요한 과정과 프로세스, 그 중간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쉽게 손절하고 나가버리는 사람의 수도 다른 취미보다 훨씬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필름 시절 암실작업을 숭고한 예술적 행위로 포장하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긴 한데, 사실 까놓고 말해 암실작업도 결국은 노동적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 진짜 작정하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가며 증감부터 시작해 붉은 불 하나에 의지해 인화현상의 과정을 혼자 다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아무리 디지털 카메라로 찍으면 인화현상과정없이 바로 결과물을 볼 수 있다곤 하지만 그건 제조사가 정한 프리셋과 디폴트 프로세스에 의한 기계적 결과물에 불과하고 진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하게 세우고자 한다면 과거의 암실작업에 맞먹는 디지털인화현상, 즉 디지털 후보정이라고 하는 명실작업이 필수불가결 하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전히 많은 귀찮음을 동반한다.


필름시절과는 달리 필름시절엔 불가능했던 엄청난 수의 연사 사진들속에서 빠르게 괜찮다 싶은 사진을 추려내고, 그렇게 추려낸 사진들에 대해 단점은 최소화 하고 장점은 최대화 하면서도 원래 지닌 풍취를 손상시키지 않는 한편 자기만의 독특한 그 무엇을 부여하는 일련의 작업 프로세스를 확립하는데 성공하는 아마추어 취미 사진사는 솔직히 말해 그렇게 유입된 엄청난 수의 입문자들중에서도 정말 한줌에 불과하다.

그런 일을 도와주는 훨씬 쉽고 간단한 저렴한 툴이 나오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는데도 불과하고, 필름에 해당하는 RAW파일에 대해서조차 이해하지 못한채 아 이게 아닌가벼 하며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후보정은 커녕 그냥 찍은 사진을 컴이나 폰에 옮기는것 조차 귀찮아하다가 그냥 적당한 매물로 내놓는 일이 부지기수일정도다. 한마디로 말해 쉽게 보고 들어왔다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으니 쉽게 나가는 일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대신 채워주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어렵고 힘든 공부 1도 안해도 필름느낌 아웃포커싱 느낌 척척 해주고 실시간 인체비례 보정 메이크업 보정 다해주며 애초에 폰으로 찍었으니 사진 어디 옮길 필요도 없고 바로 바로 SNS에 올리고 소비하면 되는데 왜 굳이 비싼 카메라 따로 사서 어렵게 찍고 컴에 옮겨 어렵게 보정하고 그걸 또 다시 폰에 옮기고 하고 앉았겠는가. 심지어 폰 보정이 어지간한 하이아마추어가 평생 갈고닦은 것보다 나은 수준이기까지 하니 말 다했지. 게다가 재미까지 있는데 비싼 카메라가 다 뭔가.


결국 사진이 이런 건지 모르고 고화질 고성능 카메라가 적당히 싸졌다고 하니 우르르 들어왔다가 아 이게 아닌가벼 하며 우르르 나가는 과정이 2010년을 기준으로 정점을 찍고 한없이 추락중인 렌즈교환형 카메라 시장의 현 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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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애초에 고급 카메라 시장은 이렇게 커질 시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시대적 흐름이 어찌저찌 맞물리다보니 한때 붐을 좀 일으켰을 뿐인거고 ...이제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것이 카메라 회사들의 재무재표 상으로는 어마어마한 적자로 나타날 따름일뿐(......) 그것도 2010년과 비교해서의 적자이지...

종국엔 딱 필요한 전문가와 이 모든 귀차니즘을 극복한 소수의 아마추어만이 렌즈교환형카메라를 사용하는 유저로 남게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점,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사진이란 그리 고상하고 예술적인 취미가 아니다.

필름시절보단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여전히 상황에 따라 렌즈를 교환해가며 사진을 찍고 컴에 옮겨 보정을 하고 소셜등에 올리는 활동을 할만큼의 최소한의 귀차니즘만 극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취미이다.

그러나 그 귀차니즘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나날이 줄어들 것이며 대신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훨씬 쉽고 간단하게 즐기게 될 것 또한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렌즈교환형 카메라에 의한 사진은 2010년의 붐 한참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소수의 직업과 취미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