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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하는 고급 카메라 시장 분석

by 선배/마루토스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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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교환형 카메라, 즉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이 코로나19와 2020 올림픽 연기라는 더블 펀치를 맞으며 전례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고급 카메라 시장은 몇가지 요인들이 겹쳐 2010년 엄청난 호황을 한차례 맞이한 바 있었지만 고급 카메라 라는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필수 장비는 아니었죠.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거품이 빠지면서 렌즈교환형 카메라 시장은 2010년 이래 빠르게 시장자체가 축소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를 시장에 거품이 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라고 이전 몇차례 분석한 바 있었는데요.....

2018/02/06 - [CAMERA] - 카메라 시장의 미래에 대한 개인적 예측


그 움직임이 코로나등으로 인해 더더욱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기업의 반응, 소비자의 반응이 각각 좀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에 따른 명암도 명확하게 갈리고 있어요.


소니와 캐논의 경우는 이전 마운트를 완전히 버리다시피 하면서 미러리스 체제로 이행했습니다.

괜찮은 성능의 DSLR카메라 신기종을 아예 내놓지 않으면서 이를 압도하는 성능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그에 맞는 새로운 마운트의 렌즈를 속속 출시하고 있습니다.


즉 소니와 캐논 최신 카메라의 최신 성능을 만끽하려면 저처럼 낡은 DSLR과 과거의 렌즈들이 아니라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와 새로운 렌즈들로 무장해야만 해요. 

그리고 그에 어울리게 신규 발매되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의 성능이 과거의 DSLR카메라들을 아득하게 웃돌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소니가 시장의 흐름 그 자체를 만들어내고 선도하는 가운데 캐논은 때를 놓치지 않고 환승에 성공하면서 뒤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렌즈교환형 카메라의 명가 니콘은 그 흐름에서 한발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러리스 시장 참전 자체는 2011년에 1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시작되었으나, 코딱지만한 1인치 센서에 타사 미러리스 카메라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화질과 성능이면서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서 그리고 소비자에게서 철저하게 외면 받은바 있는 니콘은 그때문인지 DSLR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막상 DSLR시장에서는 좋은 카메라들을 내놓으면서도 캐논의 마케팅에 눌려 2위업체로 머물렀으며 그 점유율 또한 지속적으로 떨어져왔습니다. 

2016년엔 1인치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인 DL시리즈를 발표했다가, 시제품까지 완성된 상태에서 뒤늦게 출시 자체를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졌었죠. 당시에도 여러가지 말이 많았습니다. 1인치 카메라 시장은 이미 붕괴한거나 다름없다 잘한일이다 하는 사람도 있었고 소비자에게 출시를 약속했으면 지켰어야 하는게 아니냐며 분노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현실은 그렇습니다. 잘못된 시장 판단과 경영전략으로 인해 엄청난 개발비를 들여 만든 제품을 팔아보지도 못하고 묻으며 고스란히 손실처리 해야 했다는 거죠.


뒤늦게 2018년 말부터 Z시리즈로 다시금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긴 하였는데....타사와는 달리 시장에서의 반응이 영 미적지근 합니다.

그 이유를 전 위에서 언급했던 소니, 캐논과는 달리 니콘의 경우는 여전히 DSLR에 상당히 연연해 하고 있으며 가격 대비 쌈빡하고 끝내주는 카메라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할까 DSLR 선택할까 놓고 보면 니콘은 DSLR이 여전히 더 좋아보인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례로 캐논의 경우 보급형 풀프레임 DSLR이 무려 3년전에 나와 이제 단종되어도 이상하지 않으면서 성능은 그냥 그런 6D mk2인 반면 니콘의 보급형 풀프레임 DSLR은 쌈빡한 가격에 끝내주는 성능으로 무장한 최신형 D780이 올해 갓 출시되어 있습니다. 

즉 니콘의 경우는 기존 사용자들이 굳이 비싼 가격에 바디 렌즈 싹 다 갈아엎으면서 미러리스로 가야 하는 당위성은 적은 반면, 싸고 좋은 DSLR 끝물 골라 잡아 꿀을 빠는것이 타사보다 훨씬 합리적인 상황이예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얼마전 한번 언급한 바 있었습니다.


2020/07/30 - [CAMERA] - 2020년 렌즈교환형 고급카메라 시장현황과 세대교체시기의 기종 선택에 대한 개인적 생각


애초에 DSLR을 버린 소니, 미러리스 말고는 3,4 년 된 구식기종 밖에 없는 캐논에 비해 니콘은 마지막 나왔던 DSLR들이 비교적 최신이면서 최고예요. (.......)

그러면서 미러리스 신형 카메라의 기능은 타사에 비해 뒤지는 축에 듭니다. 이러면 시장에서 외면 받는게 이상하지 않을 일인거예요.

미러리스로 갈아타면 기존 자기 DSLR 시장 잡아먹는 카니발라이제이션 무서워 한박자 늦었는데, 기껏 갈아타면서도 DSLR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미러리스 출시의 효과도 제대로 못보는 상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때문인지 최근 니콘 카메라의 기업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500억엔 가까운 적자를 보았으며 태세를 정비하기 위해 해외에서 지사를 철수시키는 한편 2천명 넘는 인원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심지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니콘 코리아 역시도 올해 여름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절반이 넘는 인원이 퇴직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전년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인력으로 국내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거죠. 이대로 가다간 올림푸스 코리아마냥 한국 시장 철수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누구도 장담못할 상황입니다. 



니콘의 주가 또한 요 몇년새 계속 내리막입니다. 특히 최근 1년간은 하한가도 몇번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연초대비 1/3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태국의 공장은 손실처리 했고요. (참고로 주가는 캐논도 처참한 상황입니다. 규모가 큰만큼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하락 금액은 상대적으로 훨씬 커요. 1조엔이 증발한 상황 ㅋㅋㅋ)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렌즈교환형 고급 카메라는 미러리스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10년 최대호황기 대비 DSLR판매량은 반의 반의 반토막 났지만 미러리스는 그래도 그런대로 현상유지는 했고 그게 마침내 역전되는 시기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소니, 그 뒤를 이제 본격적으로 추적하는것이 캐논인 반면 니콘은 미러리스에서 별반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것이 문제입니다.


현지 전문가와 언론에서는 니콘의 진짜 문제를 미러리스에 본격적으로 발 담근 것이 한발 늦었고 그로 인해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받는 브랜드로 화해버린 것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 신규 카메라를 구입할때 니콘 미러리스는 빼고 소니와 캐논 미러리스 중에서 고르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니콘은 신규 소비자층이 유입되지 않은 채 올드한 DSLR 부동층만 껴앉고 있다 침몰할 것이라는 거죠. 위에 제가 언급했던 DSLR 끝물에서 꿀빠는 소비자가 늘거라는 생각과 일치하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다른 캐시 카우가 존재하는 소니, 캐논과는 달리 니콘은 카메라말고는 이렇다 할 캐시카우가 없기 때문에 카메라에서 적자가 계속되면 타기업에 비해 버티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모기업에 해당하는 미츠비시로부터도 제대로 된 지원이 없고 파견된 임원들은 수익성만 외치며 R&D에 상대적으로 소흘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한수(차세대 미러리스)가 삐긋 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일부 소식통에선 2017년 핵심개발인력 상당수가 퇴사한 것도 원인의 하나라고 보고 있구요.

수십년간 이어져 왔던 렌즈교환형 카메라의 명가들인 캐논, 니콘, 소니-미놀타, 리코-펜탁스, 올림푸스, 파나소닉, 후지 각각의 위치가 크게 요동치며 재편되는 가운데 사업부 채로 매각된 올림푸스나 점유율에선 한 발 뺀채로 고정 시장 가진채 자기 갈길 꿋꿋하게 가는 후지같은 예외적 케이스 빼고..특히 3강이라 불리던 소니, 캐논, 니콘의 앞날은 과연 어찌될런지 이 대격변의 시대를 맞이하며 저같은 올드한 DSLR 끝물 부동층이자 카메라 애호가 입장에선 여간한 구경거리가 아니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