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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교환형 카메라와 망원렌즈로 추석 보름달 잘 찍는 법 묻는 분들께 한마디

by 선배/마루토스 202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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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가까이 올때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로 달사진 그럴듯하게 찍으려면 뭐가 필요하고 어케 찍어야 하냐는 질문을 초보분들이나 입문자분들로부터 종종 받습니다. 

그런데 달찍는거가 사실 그리 만만치 않죠. 왜냐면 기술적 부분 이전에 장비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저 하늘의 작은 달을 크게 크게 찍으려면 크롭바디라 해도 200미리로도 역부족이고 400이나 600미리 망원렌즈에 가능하면 x1.4나 x2 익스텐더 끼우고 해야 비로서 인터넷에서 보던 그 큼지막한 달사진 속시원하게 찍을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 렌즈에만도 드는 비용이 최소 200만원, 많으면 천만원 우습게 넘어갑니다.


근데 또 선뜻 비싼돈 주고 그 렌즈 사시는 분들도 적지 않아요. 400이나 600은 좀 오버라 할지라도 100-400 줌렌즈나 70-200렌즈같은건 활용성도 높으니 달도 찍고 다른거도 이거 저거 겸사겸사 찍으면 되겠거니 하고 지르십니다. 의외로 흔해요.


그렇게 해서 이제 달 사진 한번 찍고 나면 만족해들 하십니다. 

장비만 갖춰져있다면 달 찍는 방법 자체는 그냥 공식처럼 따라만 해도 어려울게 없거든요.

2011/02/18 - [CAMERA] - 대보름맞이 DSLR로 달 사진 찍는 법 재탕.

요런거 보고 따라하시기만 해도 실패는 안합니다.



그렇게 해서 찍고 나면 오 역시 돈들이니 달도 이렇게 크게 찍네... 카톡이나 SNS에서 주변에 돌려 자랑도 해보고 하죠.


그러나 그게 답니다. 그뒤로도 보름달 반달 그뭄달 두어번 더 찍지만 주변 반응은 점점 시들어가고 자기 만족도도 처음에 비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낮아졌지 높아지지 않습니다. 어쩌다 월식같은거 있다 그러면 잠깐 또 반짝하긴 하는데, 달찍겠다고 산 렌즈로 달 의외로 안찍게 되요.


그리고 나면 이제 이 렌즈로 뭐찍을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는 가족 나들이 같은거 나갈때 망원렌즈 들고 나갈 엄두 자체가 못날 정도인데다 사진에만 집중하면 또 불호령 떨어지고... 새 조금 찍어보고 도촬 조금 해보다 망신 당해보고...스포츠 경기장도 한두번 기웃거려보다 말고...


애초에 명확한 목적, 이 렌즈로 요런 사진을 앞으로 얼마만큼 쭈욱 찍어야지 하는 구체적인 계획같은거 없이 갖고 있으면 쓸일도 많겠거니 하고 산거라 목적이 흐리멍텅하다보니 쓸일은 점점점점 줄어갑니다.


물론 아니신 분들도 많아요. 이런 망원 혹은 초망원으로 풍경사진부터 인물사진까지 폭넓게 담으며 쒼나고 재미있는 사진생활 하시는 아마추어분들도 장난아니게 많으십니다. 근데 그게 여러분이시란 보장은 또 없는거거든요 ㅋ 오히려 그 반대일 확률이 훨씬 높다는게 많은 분들을 뵈어왔던 저의 개인적 의견인겁니다.


결국 비싸게 주고 산 보람도 무색하게 집 한구석에서 먼지 좀 뒤집어 쓰다 어느새 아이들 다 크고 어쩌고 하면 아 이젠 운동회때도 쓸일없구나 걍 팔까 하고 중고로 내놓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애초에 남들이 올려놓은 멋진 달 사진같은거에 현혹되실 필요가 없어요.  남들이 멋진 달사진 찍은거 보셨으면 아 배아파 나도 찍어볼래 이러기보다는 차라리 오 대신찍어줘서 고맙지 하세요.


물론 아마추어니까 합리따위 상관없이 자기 하고 싶은거 하시면 됩니다. 비싼돈 주고 망원렌즈 사서 달사진 찍고 먼지묵히다 판다 해서 그게 나쁜 일이거나 한거 아닙니다. 아마추어는 그럴 자유가 있어요. 


다만 그 전에, 어쩌다 자기에게도 렌즈교환형 카메라가 있다 해서 누가 찍어도 거의 비슷비슷한 달사진을 굳이 자기도 꼭 찍어봐야 겠다 하며 추가로 비싼 렌즈 더 사실 필요가 있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며 조언 한마디 드리면 한번 귀담아 들으셔도 나쁠거 없지 않냐는겁니다.


아마추어분들이 흔히 생각하는것보다도 훨씬, 아마추어 사진사는 망원렌즈가 그렇게 꼭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레알루요. 사진생활 시작하면서 광각/표준/망원 3총사 수백만원 들여 갖추고 시작할 필요 정말 없어요.


저 역시 망원렌즈 이거 저거 다양하게 접해보고 써봤습니다. 리뷰를 전제로 일정기간 대여 협찬받아 슈퍼줌, 최고급망원렌즈등을 원없이 이거저거 써봤어요. 소위 말하는 천만원렌즈 이천만원 렌즈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 혹해서 망원렌즈 비싼돈 주고 샀느냐? 아뇨 반대로 확신을 갖고 원래 있던 망원렌즈도 팔아치웠습니다. (.......)


그래서 최근 한 5년간은 망원렌즈 아예 없이 사진찍고 다닙니다만 불편사항같은건 1도 없어요. 저 멀리 있는걸 땡겨 찍을 필요가 거의 없거든요. 대다수의 아마추어 가족 사진사라면 말입니다.


휘영청 뜬 추석 보름달 잘 찍는 법 알려드리는 것도 뭐 나쁠거 없지만, 그걸 꼭 찍을 필요 없다는 점을 이젠 더 우선시해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카메라 회사들은 이런 저를 싫어하겠지만 말입니다. ㅋ


ps) 하지만 백날 말해봤자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시지 않으면 소용없겠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