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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공짜라는 인식은 누가 만들어내는가?

by 선배/마루토스 2020.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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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쯤 전의 일입니다.

예전 사진의 기본을 가르쳐드린적 있는 분한테서 연락이 온적이 있었습니다.

자기 지인이 쇼핑몰을 오픈하는데 상품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조명을 적절히 써서 비교적 간단하게 소품류 상품촬영 하는 요령과 상품 사진 보정의 기본을 추가적으로 좀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가르쳐주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단가나 수고비는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도 사진 배우고 실습할 겸 밥이나 한끼 얻어먹고 해줄거라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지인 지출 절약해주려는 그 마음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괜한 선의에서 직업 사진가들 일감 줄어들게 하는게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니라고...

그리고 한번 공짜로 일 해주기 시작하면 그 쇼핑몰 주인은

사진=공짜

라는 고정관념이 생겨서 앞으로 주구장창 무료로 찍어달라는 부탁에 곤욕을 치룰거라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알게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경고했었어요.

하지만 결과는 요지부동...어떻게 지인한테 돈을 받냐고, 나중에 그럴 사람 아니라고 웃으면서 결국 저한테 하루 조명과 보정 특강받고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한참지난 얼마전 다시 연락이 왔어요. 자기가 그때 그 지인 쇼핑몰 사진을 2년 넘게 무료로 찍어주고 있는데 더이상은 힘들다, 어떻게 좋게 거절하는 방법같은거 없냐는 겁니다. (........)


저는 한숨쉬면서 이제 자기도 일이 바빠서 어렵다는 사실 잘 이야기하고 2년 도와줬으면 충분하지 않느냐, 잘찍는 프로 소개시켜줄테니 계약하고 찍도록 유도하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소개받는 프로의 가격이 비싸다고 난리난리치다 결국 사진 더이상 안찍어주는 자기만 나쁜 사람 만들고 관계가 쫑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쇼핑몰 주인장의 배은망덕함을 토로하더라구요. 하긴 배신감 장난아니게 들었겠죠.


하지만 저는 잠자코 듣다가 딱 잘라 말했습니다. 

분명히 몇년전에 내가 경고하지 않았느냐고. 


그사람에게 사진의 가치를 공짜로 인식시키고 학습시킨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당신이라고.



제 생각엔 이경우 사진 공짜로 "계속" 찍어달라고 하는 사람이 제일 나쁜게 아니예요. 애초에 까이꺼 사진은 비싼 카메라 가진 주변인이 공짜로 찍어주는 거다 라는 인식을 심어줘버린 사람이 가장 나쁜거죠. 

비싸고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기본적인 실력을 겸비하여 주변으로부터 사진촬영요청을 받는 모든 분들, 유명한 인스타계정이나 기업등으로부터 사진 무료 사용요청 받곤 하는 분들은 이점을 한번 아주 깊~이 생각해 보셔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사진은 공짜가 아닙니다. 그것도 노동이고 기술이며 시간입니다..


근데 사진은 셔터만 누르면 되는 공짜라는 인식을 만들어 내는건 그렇게 생각해서 공짜로 찍어달라는 사람들 탓도 있지만 까이꺼 뭐 하면서 공짜로 찍어준 사람들, 공짜로 사진 쓰라고 주는 사람들 탓도 분명히 있는겁니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당사자는 작은 선의에서 시작된 일일지 몰라도 그 결과 생겨나는 피해는 결국 당사자와 프로들이 같이 보게 되어있습니다.


주변인에게 사진에 대한 부탁을 받는다면, 일단 한번 진지하게 깊이 잘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