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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보정 포토샵 떡칠 사진은 나쁜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께.

by 선배/마루토스 2019.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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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엽을 넘어가면서 기존의 사실주의적 묘사에 치중한 그림말고 

순간적인 빛과 그 효과에 좀 더 치중하는 화풍이 클로드 모네를 비롯한 파리의 미술가들 사이에서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과거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같은 그림에 익숙해있던 기존 문화계 사람들은 

형태를 대충 짓뭉개놓은채 빛의 인상에만 치중하는 이러한 화풍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조롱삼아 

"인상파(impressionist)"라고 부르면서 비하했는데 그게아예 미술사조에서 유파의 정식 명칭으로 굳어버리게 되었을 정도였죠.


인상주의는 그렇게 기존 미술계 그득층의 수많은 공격에 시달리고 노출됩니다. 


뭉개버린 형태, 

과장된 색, 

불분명한 배경 묘사, 

한편으로는 비사실적인 묘사위에 사실적인 소재의 선택, 

사라져버린 소실점과 그로인해 실종된 입체감, 

그리고 수천년 미술의 역사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화이트밸런스'개념의 등장 등등...

그러한 새로움은 새로움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의 맹공에 엄청나게 시달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상주의는 결국 현대 미술의 시작 그 기점으로 인정받고 자리잡게 됩니다. 


여태까지는 눈으로 본 그대로 그리는게 미술이었지만 이때부터는 

[예술가에 의해 재해석된 감각을 묘사하는것]이 미술의 큰 흐름이 되기 시작되니까요. 

그 포문을 연 인상주의 그 자체는 조금씩 세가 약해지다 20세기 들어 어느순간부터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이 '예술가에 의해 재해석된 감각'이라는 개념은 결국 현대 미술의 대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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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서 인상주의 대신 과채도 과보정 HDR 소위 포샵떡칠 사진을 넣고 

기존 미술계 대신 기존 사진계를 대입하면, 소위 말하는 뽀샵 사진에 대한  해석이 성립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계조연속성을 확보하고 존시스템에 의거한 정확한 노출로 

있는 그대로 눈으로 본 광경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만이 사진의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혹은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믿는 사진가들이 존재할 뿐이지만 ;;;)

이제는 [사진가에 의해 재해석된 감각을 묘사하는]시대로 점차 이행되고 있는거죠. 


과보정 포샵 떡칠이네 하고 비웃어주는거야 개개인의 자유입니다만, 

그런 자신의 모습이 19세기 인상주의 작품을 비웃던 당시의 반대자들의 모습과 겹쳐지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정통파 또한 정통식 해석으로 이미지를 묘사하는 것뿐이예요. 

큰 범주에서 보면 자기 해석 들어간다는 점은 똑같습니다.


중요한건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남들보다 튀는 개성을 사진사가, 아니 예술가가 지니고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정통파냐 아니냐가 아니라요.



진정 뛰어난 정통파라면 포샵떡칠 사진들 가뿐히 밟아주면서 만인의 찬사를 받을 것이고, 

포샵떡칠이라도 감각을 제대로 묘사했다면 정통파 싸다구를 왕복으로 갈기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겁니다. 결국 실력이예요....


얼마전 받았던 과보정 질문글에 대한 답인데, 글이 길어져서 블로그에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