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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진을 예쁘게 찍기위해 DSLR사는분들께.

by 선배/마루토스 2011.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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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DSLR을 구매하시는 분들의 절대 다수는 이미 결혼하시고 아이가 이미 있거나 아이가 생겼을때

바로 그 아이를 조금 더 예쁘게 찍어 줄 수 없을까 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DSLR카메라 적당한거랑 기본 렌즈만 있으면 그래도 똑딱이보다는 훨씬 예쁘게 나오겠지"하시면서요.


어느정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이분들이 머리속에 상상하시는 그 예쁜 사진의 궁극형이 거의 하나같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아웃포커싱이 듬뿍되어 거의 아이만 나오다시피 하면서도 핀은 칼같이 맞아 쨍하게 보여야 하는 그런걸 흔히 생각하신다는거죠.

심지어는 뛰는 아이가 그렇게 찍히기를 기대하시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급기 DSLR과 번들렌즈로 아이 사진을 찍어보면 99%의 부모님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합니다.

아웃포커싱도 되지 않고, 쨍하지도 않으며..심지어 뛰는 아이를 찍으면 99% 핀이 나가거나 흔들렸거나 해서 잔상만 찍혀있는 경우가 태반이니까요.





그러다 흔히 삼식이라 불리우는 30mm 1.4렌즈 혹은 쩜팔이라 불리우는 50mm 1.8렌즈같은 단렌즈 하나 들이시면

그때부턴 가만히 서있는 아이는 아웃포커싱 원없이 시키면서 쨍하게 찍으실 수 있게 됩니다.

이때부터 DSLR산 보람도 좀 느껴지고, 사진도 맘에 들고 하시죠.

하지만 사람 욕심이란게 어디 가겠습니까..?





실내 물놀이 공원같은 어두운곳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사진이라도 찍어볼라 하면 또 피눈물 납니다.

어두워서 다 흔들리고, 단렌즈로는 도저히 풀장 건너편에 있는 아이표정을 생생하게 잡아낼 수 없죠.

게다가 셔터속도를 올리기위해 감도를 올리란 말대로 해보시다 노이즈가 가득 끼는걸 보곤 실망을 감추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결심들 하십니다. "그래!! 밝은 망원렌즈가 필요해!!"





그렇게 렌즈를 늘리다가 애기가 좀 뛰기 시작하면서부턴 스트레스로 머리가 빠질 지경이 됩니다.

도저히 보급기의 오토포커싱으로는 뛰는 아이를 칼같이 동체추적하며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죠.

탁월한 내공과 응용력(땅에 미리 핀 맞춰두고 있다가 거리 되면 서터 누른다던가)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냥 찍어서는 백이면 백 핀 다 나간 사진밖에 안나옵니다.

특히 새로 들인 밝은 망원렌즈로 찍어볼라 하면 불과 콤마 몇초만에 뷰파인더를 벗어나는 아이의 종횡무진한 움직임에 좌절합니다.

뒤에서는 와이프가 비싼 카메라랑 렌즈 사줬더니 그거 하나 못찍냐고 바가지를 긁습니다.


이제 남은 최후의 선택은 날아가는 새도 잡는다는 최고의 AF성능을 자랑하는 최고급DSLR밖엔 없습니다.





자, 이게 과연 바람직한걸까요?

아이 사진 조금 더 예쁘게 찍어주고 싶다는 마음에 DSLR을 샀는데

어느샌가 아웃포커싱을 위해 단렌즈를 사고, 비싼 망원렌즈를 사고, 비싼 표준줌을 사고..끝내는 최고급 DSLR로 기변합니다.



사실 애초에 큰 명제랄까, 목표가 너무나 컸었던 탓일수도 있습니다.

요즘 TV에 광고하는 CF에 속아넘어가신걸수도 있구요.

마치 보급기 DSLR하나만 사면 그 온갖 멋진 사진을 다 찍을 수 있겠구나...하는 그런거 말입니다.



이제 사실을 말해보죠.

뛰는 아이를 칼같이 잡아내면서

선명한 쨍함과 몽환적인 아웃포커싱을 동시에 구현해내는 그런것의 난이도와 거기에 맞는 최적의 장비는

사실 최고의 스포츠사진기자와 동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멋진 스포츠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정말 최고의 장비들이 필요하죠.


내셔널지오그래피의 필드메뉴얼 책중 한권을 보다보면 이런말이 나옵니다.


"취미로 스포츠사진을 찍는 당신은 아마 변호사이거나 의사일것이다."


무슨말이냐면, 그정도 돈 잘버는 직업의 사람이 아니면 스포츠사진을 제대로 찍을만한 최고의 장비를 구입할 수 없다는 뜻이고

그만큼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는 소리입니다. 사진중에 장비빨이 최고로 필요한 분야가 몇몇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스포츠사진이란 소리죠.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100미터 육상선수보다도 빨리 뛰어다니며,

게다가 종횡무진 좌충우돌 움직임조차 불규칙해 예측사격도 힘듭니다.



이런 아이를 꼭 칼핀에 아웃포커싱 듬뿍 시켜 쨍하게 찍어야만 하는가? 그것도 역광이나 어두운 실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까지?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시겠는가? 저는 그점을 묻고 싶습니다.







사실 아주 약간만 양보하면 ..아주 조금만 타협하면

가지고 계신 저렴한 장비로도 충분히 아이 사진을 찍을 수는 있거든요.


뛰어다니는 아이를 잡아내기 어려운건 망원으로 당겨서 아이를 크게 찍고자 하기때문인데 넓게 넓게 찍으시면 되고..

아이가 칼핀이 아닌것은 조리개는 더 조이고, 감도는 더 올리셔서 셔터속도는 더 버시고, 역시 망원보다 광각으로 찍으시면 칼핀으로 나올것이며

어디가서 찍은건지 알수조차 없는 아웃포커싱을 좀 포기하시고 적당적당한 거리에서 충분히 배경이 나오도록 찍으셔도 여러분의 아이는 충분히 예쁩니다.







사진이란게 그렇습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제로섬게임의 성격이 아주 강합니다.

아웃포커싱을 원한다면 칼핀을 좀 포기하시던가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원하신다면 노이즈가 좀 끼더라도 감도를 올리고 셔터속도를 충분히 버시던가

선명하기를 원하신다면 최대개방과 아웃포커싱을 좀 포기하시고 조리개를 좀 조여주시던가..하는 그런게 말이죠.


만약 하나를 얻기위해 하나를 잃기 싫으시다면 방법은 지름밖에 없습니다.

오직 장비빨만이 두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방법이며

무식하게 질러주면 심지어 세마리 토끼도 잡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세마리 토끼를 꼭 다 잡아야만 하는거 아니잖습니까?


아이를 예쁘게 찍어준다는 것이 꼭 광속으로 뛰는 아이를 칼핀으로 쨍하게 잡으면서도 아웃포커싱 확 시키는

그런 방법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시면..



지금 가진 장비로도, 혹은 이제 입문하실 분들이라면 싼 보급기에 렌즈 한두개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활짝 웃는 아이의 미소를 찍기 위해 필요한건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이지 삐까번쩍한 장비들이 아니니까요.


2010/08/20 - [CAMERA] - 시원한 환타로 알아보는 아이들 사진 정말 예쁘게 찍는법

이 글을 추가로 읽어보신다면, 아이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아시는데 도움이 되실것이라 생각하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