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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와 아웃포커싱, 제대로 알고 계십니까?

by 선배/마루토스 201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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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심도", 특히 이것의 "얕음"에 매우 관심이 많으십니다.

소위 말하는 "아웃포커싱"의 정도가 이것으로 인해 가장 크게 결정되기때문에

"아웃포커싱"좋아하여 미러리스/DSLR 오신분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수순이겠죠.


문제는 이것에 대해 너무나 간단히 접근하려 한다는데 있습니다.

일단 스펙에 따른 접근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센서의 판형 크기와 사용하는 렌즈의 유효조리개구경, 즉 F값...이 두가지를 가장 먼저 봅니다.

그리고는 스펙비교를 시작하죠. (......)

온갖 조건을 맞춰놓고는 이게 더 날라가는지 저게 더 날라가는지

엑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심도계산기라는 정체불명의 물건까지 꺼내어

변수를 이리 저리 입력하며 시뮬레이션 하기까지 합니다.


얼핏 이것은 심도 라는 명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만..

실은 이 계산기들은 거의 대부분 중차대한 결함을 몇가지 가지고 있습니다.


"아웃포커싱"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수학적 계산을 하는 것에는 크게 두가지 접근법이 있으며

대부분의 계산기들은 이 두가지중 한가지로 보통 접근합니다.


바로 심도면깊이와 착란원이죠.

특히 이중 후자, 착란원크기 비교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세처럼 돌아다니기도 하고요.

 


여기서 잠깐.

애초에 "심도", 다시말해 "심도면깊이"라는 것은 뭘까요? 그리고 "아웃포커싱"은 무엇이며 "착란원"은 또 무엇일까요?


이것들을 제대로 정의 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논의는 이보다 깊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같은 단어를 말하고 있지만 다른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는 공통된 어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영원한 평행선을 가야 합니다.


먼저 짚어본다면 심도란 결국 핀이 맞은 곳, 심도면깊이란 핀이 맞아보이는 앞뒤영역의 길이를 뜻합니다.

혹시 유클리드의 "원론" 읽어보신 분....혹은 수학 교과서 제대로 읽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론상 핀이 맞은 부분의 영역은 존재하면서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슨말이냐고요? 저도 몰라요.(.................;;)


유클리드의 원론에 따라 정의된 현대 수학에서 우리는 "면"을 2차원으로 정의합니다.

2차원이란 무엇인가? 넓이는 지니고 있으나 깊이는 지니지 못한 평면을 이야기 합니다.


사진의 어느 한 부분을 본다면 분명히 정확하게 핀이 맞은 어떤 평면이 촬상면과 정확하게 대칭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평면의 "깊이"는 0이예요. 사람 머리통을 예로 들면 ...머리 전체가 선명하게 보인다 해서

핀이 머리 전체에 맞은거냐면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정확히 핀이 맞은 한 지점"이 있고 나머지는 그보다 덜 정확히 핀이 맞은,

뒤집어 말하면 핀이 맞지 않은 지점들입니다. 다만 맞아보일뿐인 것이죠.


조리개를 열었건 조였건 심도면 깊이가 얕건 깊건...심도면은 깊이가 없는 어느 한 지점입니다.

이 심도면을 제외한 모든 지점이 핀이 맞지 않은, 우리가 말하는 "아웃포커싱된" 부분들이 됩니다.

설령 핀이 맞아보인다 할지라도요. 이것이 기본 정의로서 우리가 공유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그래서 다른 용어가 등장합니다. "피사계심도"...그리고 "허용착란원"과 "착란원"이 말이죠.

이런 수학적 원론에 근거한 말장난 말고, "대충 우리 눈으로 보니 핀이 맞아보이는 영역의 깊이"를 피사계심도라 부릅니다.

점 하나 하나가 렌즈를 통해 촬상면에 상을 맺을때, 대충 핀이 맞아보이는듯 상을 맺는 것을 "허용착란원"이라고 하며

이 "허용착란원"의 크기는 놀랍게도 판형따라 그리고 확대인화크기에 따라 변화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죠.

점 하나하나가 이 허용착란원의 최소크기를 벗어나 더 커지게 되면 우리 눈에는 핀이 맞지 않은 듯 보이게 되고

바로 이 착란원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핀이 덜 맞은것이라는 전제하에 저 위에 말한 착란원계산기라는 물건이 등장하는 겁니다.


또한 한가지 더 전제를 깔아야 하는게 있는데

심도의 "단위"를 정하고 넘어가야 해요.


예를 들면 크롭바디와 FF바디에 같은 렌즈를 끼우고 같은 거리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고 모니터로 볼 경우

심도가 같을까요? 다를까요?


당연히 같지!! 라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당연히 다르지!! 라고 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둘 다 맞습니다. (........)

네? 농담하지 말라고요? 꺼지라고요;?


아니 사실이 그래요;;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떠나 현실에서 자를 들이밀고 피사계심도를 재어보면

이 둘의 깊이는 .....같습니다. 즉, 절대단위를 들이대면 이 답이 맞는 답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건 "사진"이라는 결과물입니다.

"사진"을 모니터, 혹은 인화지에 인화해서 보는 것을 사진술과 사진학에서는 절대의 전제로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극도로 과장된 가장을 하나 제시해보죠.

핀이 얼추 맞아보이는 어떤 영역(예를 들면 사람 얼굴 찍어 눈에 핀맞추되 살짝 핀 나갈락 말락 하는 코끝..)을

극도로 확대해서 본다고 가정해봐요 우리.

예를 들면 버스정류장에 유리창 한면 꽉 채운 크기의 화장품 광고판을 생각하셔도 좋겠네요.

그 인화물의 한 부분에 대해 돋보기 들고 확대해서 볼 경우...우리는 그 영역이 핀이 맞아보일까요, 맞아보이지 않을까요?


네. 맞아보이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 조차 알아볼 수 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이런 의미, 이런 전제를 깔고 본다면 "피사계심도"라는 것은 보는 방법에 따라 변화하며

크롭바디와 FF바디에 같은 렌즈를 끼우고 같은 거리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을 경우

크롭바디는 같은 모니터에서 보더라도 1.5배(혹은 1.6배) 더 확대되어 보일테니

결과적으로 피사계심도가 크롭바디가 더 얕다는 놀라운 결론에 도달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심도"라는 단어 하나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그 의미가 말하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달랐으며

절대적 기준과 상대적 기준이 각각 있어 혼선을 빚기 쉽고

단순착란원내지는 심도면깊이같은걸 들고 나와서 어느게 더 잘되는가 하고 비교하는게

얼핏 과학적 수학적일듯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죠.

 

위에서 제가 열변을 토했듯..."아웃포커싱"이라는 단어 역시 define 하기 따라 의미가 천차만별이 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위에서 말했듯 깊이가 존재하지 않는 어떤 평면 외의 모든 영역은 심지어 핀이 맞아보인다 할지라도

아웃포커싱 되어있다고 우기는것이 가능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아웃포커싱 잘되는게 어느거냐 라고 묻는 분들의 절대 다수는

아웃포커싱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2011/04/27 - [CAMERA] - 사진 아웃포커싱에도 두가지가 있다는걸 아시나요?

이 포스팅을 보시면 약간 이해가 되실건데....굳이 말로 풀어보자면

착란원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아웃포커싱이 있고, 경계선이 무너지지 않는 아웃포커싱이 있습니다.


저 글에선 단순히 설명하기 위해 조리개 아웃포커싱과 망원 아웃포커싱이라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사실은 조금 더 복잡해요. 다만 대체적인 사용환경에서 저렇게 구분해도 무난하다 싶어 저리 했을 뿐,

실제로는 아웃포커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우리가 계산할때는 항상 빼먹는 요소,

"거리"가 모든것을 결정합니다.


"거리"컨트롤에 능한 사람이라면 망원으로도 착란원 알알이 살리며 찍을 수 있고,(어제자 포스팅 메인 사진)

"거리"컨트롤에 능한 사람이라면 밝은 조리개만으로도 착란원을 깨끗하게 뭉개버릴 수 있습니다.(오늘자 포스팅 메인 사진. 이 둘은 같은 렌즈입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아웃포커싱의 4대 조건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는 것이 좋겠네요.


1. 초점거리가 긴(...망원) 렌즈일수록.

2. 유효조리개구경이 클수록.

3. 카메라-피사체 간 거리가 가까울수록.

4. 피사체-배경간 거리가 멀수록. 단, 피사체가 카메라와 지나치게 멀어지면 이 조건은 무효화될 수 있음.


자...여기 어디에 판형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네. 없습니다.

이 4대조건이 아웃포커싱의 정도를 결정하는 모든것임에도 불구하고 판형이 조건에서 빠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죠. "판형이 클수록 결과적으로 아웃포커싱이 더 잘된다"라고.


이상합니다. 4대 조건에 없는데 판형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네요 이사람들..?

그렇다면 판형은 저 4대 조건중 어딘가에 분명히 관계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네. 바로 3번, 거리에 관계됩니다.

같은 렌즈를 쓴다는 가정하에 화각을 맞추려면 판형이 큰 카메라가 더 넓기 때문에 좁히기 위해 더 다가가야 합니다.

더 다가간다는 것은 아웃포커싱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일례로 접사를 생각해보세요. 조리개 22로 놓고 개미 접사로 찍으면... 배경을 살릴 방법이 없습니다.

조리개고 나발이고 거리차이가 너무나 극심하게 나기때문에 배경은 무조건 날라갑니다.

심지어 판형이 코딱지만한 콤팩트카메라조차도 이때는 다 날라가죠.


이 거리 컨트롤이 자연발생되는것이 큰 판형입니다.

사진사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두세발자국 더 앞으로 가게 하는 근본적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풀프레임이예요.

그리고 그것이 사진의 모든것을 바꿉니다.


단순히 심도만 얕게 하는게 아니예요.

화각, 분위기, 피사계심도, 착란원크기...사진의 모든것을 바꿔버립니다.


흔히 FF에 무슨 렌즈 끼우고 크롭에 같은 렌즈 끼우고 화각을 같게 해서 비교하면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이건 이미 비교 자체가 거의 무의미합니다.

뭐가 다른가 정도가 아니라 그냥 모든게 다른거예요. 같은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저 4대 조건 말고 숨겨진 다른 하나의 조건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같은 렌즈를 끼운다"는 조건을 내걸게 될때 고개를 들게 되는 이 숨겨진 조건은 간단해요.


"잘려져나간 59%(1.5크롭 기준)"가 그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같은 렌즈를 끼워도 FF와 크롭은 센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지서클영역의 넓이가 다릅니다.

FF의 넓이를 100이라 할때 1.5크롭의 넓이는 41입니다. 59는 잘려나가 버려집니다.

이 59는 무엇이냐?


가장 아웃포커싱이 잘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가장 주변부 광량저하와 화질저하가 눈에 띄는 영역입니다.

가장 착란원이 조리개모양의 영향을 잘 받는 영역입니다.


이 잘려나간 59%가 사진의 분위기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습니다.


흔히 나오는 다른 질문중의 하나가

FF랑 크롭이랑 찍고 비교해서 맞출사람 누가 있겠느냐? 일텐데..


조건부로 당연히 맞출 수 있습니다.

이 잘려나간 59%에서 발생하는 차이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눈이 있다면, 그리고 이 59%에 차이가 있는(조리개를 연) 사진이면 당연히 맞춰요...

자기가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서 남도 구분하지 못할것이다 라는 것은

중학교때 이미 교과서에 나왔던 대표적 논리의 오류죠. 뭐 비슷한 오류로 자기가 못찍는 사진 보면 "합성이네 ㅋ" 하는게 있고요.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이제 정리를 한번 해보죠.


아웃포커싱이 잘되고 못되고를 비교하는 것 자체는 분명히 가능합니다.

분명히 어느놈 더 잘되고 어느놈 잘 안되는거 있어요.


그러나 이 구분을 위해 조건을 간략화 하고 생략하고 하며 비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비교를 할것이라면 단어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철저하게 모든 조건을 다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피사계심도의 깊고 얕음, 착란원크기정도만 공식통해 계산해서 비교한다는건 넌센스예요.


거리가 가까우면 조리개 밝은 놈이 이기고

거리가 멀어지면 망원인놈이 이기는데


거리가 극 가깝게 해버리면 두놈 다 무진장 날라가니 비교의 의미가 없고

거리가 극 멀어지면 두놈 다 안날라가니 역시나 비교의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날라가는데도 차이가 있죠. 착란원경계선이 유지되는 경향이 강한놈 있고 그렇지 않은 놈있고...

둘중 어느게 더 날라가냐?고 묻는다면 이거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없을겁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뿐.....

 

제가 이 긴 글을 통해 드리고 싶은 말은 사실 아주 간단합니다.


"아웃포커싱 무조건 더 잘되는 놈"을 찾는건 그다지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고 아웃포커싱 시키지 마라, 뭐 이런 이야기 하는거 절대 아닙니다. 저도 아웃포커싱에 목매는 하수인걸요.

다만 아웃포커싱에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가 원하는 모양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렌즈와 판형보다도 중요한, "거리 컨트롤"을 익히시라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배경선택능력을 들 수 있겠네요.

어지간해선 착란원이 알알이 살아나는 배경이 있고, 그렇지 않은 배경이 있습니다.

이걸 구분해서 피사체를 배치하는 능력또한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그냥 배치하는 정도가 아니라 망금 말했듯 피사체와 배경간 거리까지도 고려 하셔야죠.

가장 간단한 예로 들수있는게 불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이건 착란원이 알알이 잘 살아나는 대표적 배경이예요. 이걸 선택하는것까지는 ok입니다.


근데 트리랑 피사체랑 붙여서 찍으면? 오 노- 예요.

트리랑 피사체랑 적당히 떼어놔야 합니다. 너무 떼어놔도 안되요.

이거 확실히 하는 사람이랑 아닌 사람이랑은 같은 렌즈 같은 카메라 쥐어줘도 사진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게 결국 내공이예요.....

경험으로 이런걸 파악하고 현장에서 즉시즉시 대응하는 습관이 곧 실력인것입니다.

 

뭐 제가 아무리 이런 글을 올린다 할지라도

비슷한 류의 질문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거라는거 저도 잘 압니다. ㅎㅎ


그래도 하나의 지침이 되어드렸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 긴 글 한번 마음먹고 써서 올려보네요....;;

 

부디 도움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