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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PPY

13년을 함께한 개, 미니를 떠나보내며.

by 선배/마루토스 2013.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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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포스팅에 가끔 얼굴을 비추곤 했던 이 개를 혹시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지 모르겠네요.

 

원래 이름은 미니였습니다.

아마도 미니어쳐핀셔와 치와와의 혼혈이었을걸로 추정되는,

13년전에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데려오신 개였어요.



속에 귀신이 들었나 싶었을 정도로 영리했던 개였고

제 사진생활 초기에 수많은 테스트샷의 대상이 기꺼이 되어주었던 개였죠.

 

 



그때 당시에는 카메라 어깨에 들춰매고 폴딩 바이크인 스트라이다에 몸을 싣고

미니를 데리고 탄천산책로를 느긋하게 돌며 셔터를 누르는 시간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동생도 저도 결혼을 해서 부모님 집을 나왔고

아이들이 하나 둘 태어나면서


미니는 제게도,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죠.

거의 매일같이 산책나가던것, 집안에서 자유로이 활보하며 TV보는 옆에 다가와 만져달라고 애교부리던것도 옛일이 되었고


행여 아기들이 무서워할까봐, 털이 날릴까봐..베란다에서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충실하게 부모님 집 한칸을 차지하곤 있었지만

항상 미니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족 모두가 지녔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짬을 내어 저도, 동생도, 아버님도 미니를 산책에 데리고 나가려고 애를 썼었던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니를 찍은 사진으로 DSLR을 시작하다 시피 했어요.

수많은 테스트샷은 물론이거니와


미니의 표정이 절묘하게 나온 사진에 한숨을 붙여 낙관 내지는 네임카드처럼 만들어

제 수많은 강좌글들 말미에 꼬옥 꼬옥 붙여 올렸고


어느사이엔가 이 작은 온라인 공간에서 제 포스팅이나 강좌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미니는 "피식견"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 시작한걸로 기억합니다.






지난 주말 부모님댁을 다시 찾았을 때, 뭔가 위화감을 느끼고 왜지? 뭐가 이상하지...? 했는데

없었던 겁니다. 미니가....


지난주 화요일, 그러니까 7월 16일 아침에 미니는 잠에서 깨지 않았대요.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다...손주들이 태어나면서 찬밥신세가 되었다가...그렇게 떠나갔던 거죠.



어쩔수 없었다는 것도 압니다. 사람이 우선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하고, 또 아쉽고, 그리고 조금 가슴이 저며오네요.

조금 더 잘해줄걸..조금 더 예뻐해 줄걸...결국 그런생각을 하게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은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피식견을 기억하시는 분들과 함께

잠시나마 미니를 같이 추억했으면 합니다.



부디 편안히 잠들기를.....

 

ps) 이 사진은 모두 제가 직접 찍은사진이며 전 젠가툰 젠가의 큰아빠맞고 젠가는 미니와 함께자랐음을 인증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