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2016.05.11 07:57

Canon | Canon EOS 5D Mark II | Pattern | 1/100sec | F/8.0 | 0.00 EV | 70.0mm | ISO-100 | Flash fired, compulsory flash mode

 

 

 

 

 

 

아직 디카가 활성화 되지 못했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미지를 디지털라이즈 하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HP505K로부터 시작된, 잉크젯 컬러 프린터라는 신종 신기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남이 만들어준 제한된 소스의 출력이 아닌,

 

자신이 가진 어떤 아날로그 이미지들을 디지털라이즈화 해서 이 신종신기로 출력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당시의 크리에이터들 및 더쿠들 사이에서 충만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미키모토 하루히코의 마크로스 화보집이라던가....타카다 아케미의 오렌지로드 화보집 같은 화집을

 

디지털라이즈화 해서 소유하고 출력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는 한편

 

당시 인기높던 쿠도 시즈카, 모리타카 치사토등의 아이돌 사진집이라던가

 

일대 화제를 불러 모았던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사진집 산타페를 디지털화하고 싶은 덕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비교적 적은 숫자이긴 했으나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디지털라이즈하여

 

보급화의 물살을 타던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공유하고자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아날로그 이미지를 디지털화 하는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는데 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를 출력하는 프린터는 이미 보급화의 물살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했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제대로 기술이 정립조차 되어있지 않았고 남은 방법은 사실상 단 하나, 스캐너를 사용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린터하고는 달리 스캐너는 여러가지로 까탈스러웠습니다.

 

 

일단 프린터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가격도 가격이었거니와

 

그 비싼 값을 주고 사더라도 PC와 연결이 쉽지 않았고(이때는 USB라는게 없던 시절입니다 ㅋ 프린터는 LPT포트를 주로 썼을 정도)

 

제대로 연결하려면 천상 rs232c를 통해 연결하던가, 저 비싼 scsi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했어요.

 

 

프린터랑은 달리 여기부터는 그렇게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여차저차해서 겨우 연결을 했다 손 치더라도....

 

스캐닝이라는게 그냥 단순히 복사기처럼 원본 가져다 놓고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뿅 하고 디지털화 되는게 아니라,

 

제대로 스캔 하기 위해서는 twain 드라이버를 통해 구동되는 포토샵등의 전용 프로그램에서

 

여러 설정을 세세하게 맞춰가며 이미지에 맞게 온갖 파라메터 수치를 최적화 하여

 

스캔하고 다시 스캔된 이미지를 세세하게 재보정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RAW파일을 직접 wyswyg상태로 보면서 편집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했어요.

 

왜냐면 프리뷰같은게 제공되지 않거나, 제공되더라도 제한적으로밖에는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복사기처럼 종이 넣고 뚜껑 덮고 버튼 누르면 되는

 

플랫 스캐너는 진짜 비싸서 아무나 쓸 엄두도 못냈고 궁여지책으로 스캔할 종이 놓고 자대고 줄 긋듯이

 

핸드스캐너 라는 걸로 여러차례에 걸쳐 스캔하고 이어붙여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였냐면 핸디스캐너는 거의 저장매체를 카세트 테잎으로 쓰는 거랑 비슷하고

 

플랫스캐너는 FDD를 저장매체로 쓰는거랑 비슷할 정도의 차이.....라고 해도 90년대 이후 태어나신 분들은 실감이 안되실득 (.....)

 

 

 

여튼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뭐냐며는....당시부터 이런 열악한 조건하에서도

 

스캔을 통해 이미지를 디지털라이즈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는데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그리고 내공적 측면에서 유저간의 레벨차이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냥 포지티브 이미지 스캔하는건 그나마 양반이고 네가티브 필름의 스캔과 디지털라이즈는

 

포토샵 3.0에서 컨트롤-i 누른다고 뿅 하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유저의 내공에 따라 제대로 디지털라이즈 되고 안되고 하는 차이가 매우 크게 났습니다.

 

물론 이걸 가정용 잉크젯 프린터로 출력했을 때 색이 뒤틀어지는건 또 다른 문제 ㅋㅋㅋㅋㅋ

 

 

 

 


제대로 스캔 할 줄 아는 사람이 제대로 된 장비들을 갖추고 올바른 프로세스를 통해 디지털화 한 이미지는,

 

당연한 말이지만 아날로그 원본과의 차이가 사실상 안날 정도였습니다. 아 그냥 이거 누가 스캔 했구나 고맙구나 하고 넘어가는 정도였죠.

 

 

 

반면,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스캔 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대충 디지털화 하는데 급급했던 몇몇 경우에서 실수를 연발하여

 

원래의 이미지와 매우 동떨어진 색을 가진 디지털 이미지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게 됩니다.

 

 

시퍼렇게 되기도 하는가 하면 싯누렇게 되기도 하고 dpi가 모자라 점묘법 쓴것마냥 변하기도 하고

 

네가티브 반전 잘못시켜 이상하게 색이 뒤죽박죽 되기도 한 이런 경우의 이미지들을 보며, 일반인들은 오히려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우와 마치 필름카메라 사진같아요!"

 

 

실수로 인해 만들어졌지만 스캔된 이미지의 일정한 규칙성을 지닌 색 왜곡이

 

오히려 정확반듯한 표준 이미지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감성적이라며 찬사를 받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런게 필름시절에도 있었어요. 흔히 크로스 프로세싱이라 부르는 기법으로

 

원래 정해진 필름의 현상법 대신 다른 필름의 현상법을 사용함으로서

 

일정한 규칙성을 가진 색왜곡을 지니게 하는 스킬이.....

 

스캔을 잘못하면서 비슷한 현상이 생기자 이게 그거인듯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일이고 어처구니 없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원래 대중의 선호도란 정확반듯과는 거리가 있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디지털이미지의 프로세싱을 업으로 삼는 회사들은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합니다.

 

여태까지는 정확반듯한 작업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만들어주느냐에만 초점을 맞춰왔었는데

 

(그 결과가 컬러 매니지먼트 시스템, CMS의 확립이라던가 DNG를 비롯한 RAW포맷의 보급, 캘리브레이션등등이죠)

 

의외로 사람들의 감성이 다른데로도 간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아예 이러한 왜곡을 세일즈포인트로 삼는 필터, 플러그인, 응용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팔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그냥 크로스 프로세싱이나 컬러 미스매칭정도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아날로그 필름(개중에서도 특이하고 왜곡이 심한 일부 제품들)의 디지털 간단 재현에 초점을 맞춰 만들게 된거죠.

 

게다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대놓고 원터치 간단 필름 보정 필터들이 대세가 되기에 이르릅니다.

 

 

 


아직까지도 필름을 직접 스캔하시는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 아날로그를 디지털화 할때 색을 왜곡시키는것보다 색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든 고등 작업입니다.

 

현재 기술상 최고 등급의 화질로 이미지를 디지털화 하기 위해서는

 

특수 스캐너를 통해 원본소실(.....)을 감수하고 작업해야 할 정도로 이 분야는 속이 깊어요.

 

 

스캐너도 원리적으로는 디카와 같기때문에...필름을 스캔한다는 건 스캔하면서

 

디카의 RAW파일과 비슷한 중간 포맷을 거치며 그 중간 포맷을 RAW파일 손보듯 손봐야만 합니다.

 

그나마 이게 되서 얼마나 편해진건지 몰라요.

 

위에 이야기 했듯 이런거 없던 시절에는 파라메터값 바꿀때마다 매번 재스캔 재스캔 해야만 했었습니다. (.....)

 

 

 

필름 느낌의 색으로 색 왜곡 보정하는거 사실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거 절대 나쁜 일이거나 이미지를 허접스럽게 바꾼다거나 그런것도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며, 설령 취미가 아니더라도

 

대중과 고객이 그런걸 원한다면 그리고 자기가 거기에 만족한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됩니다.

 

 

 

제가 이런 긴 글을 적는건 그냥 색감왜곡 필터를 둘러싼 논쟁글 몇개 보다가

 

과거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이런 히스토리도 알고 계시면 나쁠거 없지 않은가....하는 마음이 첫째고,

 

둘째는 왜곡은 쉽고 정도는 어렵지만 왜곡좋아하는 만큼 정도를 제대로 걷는 방법도 제대로 알아두시면

 

필요할때 반드시 큰 도움이 되니 알아두셔서 나쁠게 없다 하는 심정의 발로일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보정 하시는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하나 생각해보셔야 할게.....

 

필름 느낌의 색감 왜곡 필터를 사용한 여러분의 사진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우와아아 필름같아요 라며 찬사를 보내죠?

 

 

 

그 찬사가 처음엔 기분좋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여러분의 사진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게 아니라

 

필름 느낌 보정 필터 제작사에게 보내는 찬사일 수도 있습니다.(.........)

 

 

위에 말했듯 이게 뭐 좋고 나쁘고 한건 아니지만

 

최소한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필터에 대한 찬사와 사진에 대한 찬사는 다른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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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럴그래퍼 선배/마루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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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에 연속 포스팅이시네요 '-'

    FDD와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했던 세대라 이해가 똭 됩니다 :)
    저 중학교때만해도 USB가 없던 시절이라..

    2016.05.12 17: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좋은 말씀이네요. 저도 초보로서 특별한것 없는 사진을 필터 써서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고 좋아하곤 했지만 애초에 특별한 사진을 찍는 것,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것이 훨씬 어렵다는걸 절실히 느꼈네요.

    2016.05.13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처음 DSLR을 구입했을 때 친구에게 사진이 비싼 취미활동이라고 들었는데 그렇게 얘기한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장비가격이 비빠서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디지털이 보급화되면서 정말로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6.05.13 18: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감사합니다

    필름 느낌의 사진이 처음 볼 땐 "우와" 하면서 보게 되지만, 자꾸 볼수록 쉽게 질린다고 해야 하나 약간 그런 맛이 있더군요.

    오히려 약간 밋밋하게 찍은 사진들이 수년 뒤에 다시 보게 되면, "우와 내가 이런걸 찍었었어?"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요.

    보정 전 사진이나 기초 보정 정도로도 충분히 현장감 있는 색상과 실생활의 빛을 충분히 아름답게 담고 있는데도,
    이걸 굳이 인위적으로 탈색시키거나 색을 트는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추억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이미 현재의 모습을 충분히 잘 담고 있는 추억 사진인데, 이걸 인위적으로 '추억화' 시킨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할까요...

    사진에 따라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필름 보정을 저도 가끔씩은 하긴 하는데, 대부분의 사진을 전부 필름라이크로 돌리는 건 전 별로더라구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ㅎㅎ

    2016.05.19 21: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딴 걸 몰라도 초창기 스캐너 이야기는 왜 이렇게 익숙할까요?
    짐순이는 보정 안하고 쓰는 멍청이 짓은 다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요.. -_-;;

    2016.05.30 14: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2016.06.11 03: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