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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아주아주 소소하고 개인적인 사진 장비 기변 히스토리.

by 선배/마루토스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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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디카는 소니 s75라는, 최소한의 수동기능이 있는 똑딱이였다.

해수로 세어봐도 10년전이 되는데..원래부터 사진에 좀 관심이 있었던 내게 사진의 즐거움을 처음 알려준 기념비적 카메라다.


근데 잊어먹었다. -_-;


그래서 새로 산 것이 저 유명한 소니의 명기, F707이었다.


DSLR을 지금 쓰는 사람들중 소니 F707, 828등의 시리즈를 거친 분이 참 많은 걸로 아는데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당시 콤팩트 디카중에선 스펙으로 치면 탑레벨에 섰었고..뭐랄까. 그 이전의 디카와는 확실히 다른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는 이때 전용 플래시까지 구입해 사용했다.

TTL같은게 지원되지 않으므로 당연히 모든것을 메뉴얼로 해야 했고..

나는 707로 플래시라는 보조광의 기본적인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뒤 자연스럽게 828을 쓰다가 350D로 DSLR에 입문했다. 사실 거의 공짜로 얻게 되어 시작한 것이지..

아니었다면 모르긴해도 한참을 더 828을 썼을것이다.


그렇게 번들과 85.8로 시작한 나의 DSLR라이프의 시작은 사실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더욱 화질과 아웃포커싱에 목말라하는 전형적 "카메라 장비"에 열중하는 아마추어였고

그런 내게 크롭과 85.8 조합은 너무나 한정적이었으며,

번들렌즈는 광각과 아웃포커싱이라는 두가지에서 나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일생일대의 대 결심을 하게 된다.

미친척하고 24-70L을 들이는 결심을.


벌이도 시원찮고 재정적 여유도 거의 없는 내가 취미생활을 위해 렌즈가격만도 100만이 넘는 렌즈를 산다는 것 자체가

당시로서는 거의 미친짓이었다.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었을테지..-_-;;

 


잘라말해, 확실히 24-70의 성능은 어느정도 나를 만족시켜주었다.

번들이 좋다 좋다 해도 가격 대비 그렇다는거지...모든면에 있어서 24-70의 화질과 성능은 압도적이었으니까.

더불어 외장플래시까지 갖추면서 나의 DSLR사진생활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그때의 내 주 피사체는 강아지와 여친이었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매우, 엄청 좋아하는 쪽이고 여친도 그랬기에 강아지와 여친만 찍으며 사진생활을 만끽했다.

350D와 24-70L과 85.8은 그러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비였고.

한술 더 떠 아빠백통을 들이는데 성공하면서(동시에 85.8은 방출했지만)

지름신은 내 곁을 살짝 떠나가는듯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힌 문제는 그놈의 FF..이경우엔 5D였다.

풍경사진에도 맛을 들리기 시작해가는 당시의 내게있어..

그리고 50미리 단렌즈를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욕구와 더불어

FF로의 뽐뿌, 5D로의 갈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사실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지만 난들 처음부터 크롭을 쓰고 싶어서 쓴건 아니잖은가?

FF는 비싸고, 크롭은 싸니까 할수없이 자연스레 그리 된것이지....


그러던 어느 겨울날, 여친이 보낸 문자가 왔다.

"설탕몰에서 10개월 할부로 XX카드로 하면서 하나포스 적립하면.."

 

....정신차리고 보니 내손에는 5D가 들려있었다. -_-;


카메라 관련 장비를 사고서 그때만큼 기분좋았던 때도 없었던것 같다.

여친과 함께 남대문에서 50.4를 사 마운트해보고 느꼈던 그 감정을 아마 나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것이다.


"이 간단한 완성형으로 오는데 그렇게나 먼 길을 돌아와야 했던가..."

그렇게 생각했다.


FF바디에 표준단렌즈.

나의 사진들은 그때를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그렇게나 사랑스러웠던 24-70L이나 아빠백통은 행사용 렌즈로 전락해버리고

거의 모든 사진은 50.4로 찍게 되었다.


FF가 가져다 주는 화각상의 이점. 아웃포커싱의 자유도. 5D라는 걸출한 바디의 고감도 저노이즈.

24-70하나면 못찍는 사진이 없고

아빠백통으로 실내행사를 찍을 수 있다는 메리트까지....


그 장비 상태 그대로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아이를 낳으며 그 모든 삶의 과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러면서 나의 사진에 대한 주관, 사진에 대한 생각들이 정립되어져 갔고

아마추어 가족 사진사로서의 길을 걷겠노라는 생각을 굳혔다.

 

문제는 사진 그 이상의 감동을 가족에게 가져다 주는 동영상이었다.


게다가 시기적절하게 5D mark2라는 FF VDSLR이 등장했고

나는 그 리뷰어로 뽑히는 행운(...사실은 불운)을 안게되었다.

 

초고감도 저노이즈? 참을수 있었다.

대화소? 그런거 안따진다.

sRAW? 있음 좋지만 필수는 아니다.


1920 x 1080P HD동영상..이게 문제였다.


리뷰를 하는동안 아들의 동영상을 꽤 찍으면서

기존의 캠코더따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FF센서가 가져다주는 압도적인 동영상에


나도, 와이프도 할말을 잃었다.


리뷰기간이 끝나고 오두막을 반환한뒤..다시 5D로 아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영상에 대한 갈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마침내 겨울이 끝나가던 2009년초 어느날..

또 한통의 문자가 왔다.


"CX몰 5D mark2 결제완료"


10개월 무이자 + 카드할인 + 적립 신공을

또한번 와이프님이 펼쳐주신 것이었다. -_-b

 

나의 장비 구성은 그날, 그렇게 완성되었다.

5D mark2 + 50.4 + 24-70L + 70-200 2.8 IS L + 54MZ...

 

이 구성은 절대로 최선의 구성은 아니다.

5D급 위에 1Ds급이 있고, 만투나 사무엘이나 구슬이나 대포같은 최고의 렌즈들이

내 장비보다 당연히 더 나은 퀄리티의 영상이미지를 만들어 내어준다.


그러나 평범한 수입밖에 지니지 못하는 가정에선

이정도도 정말 엄청나게 오버한 구성임에 분명하다.


나는 그렇게, 최선보다 차선을 택했다.


당연히 내게도 뽐뿌는 온다.

구슬이, 만투, 사무엘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몇년전의 나와는 달리

이젠 나도 사진을 볼때

사진의 화질이 아니라 사진속의 내용물을 더 중요시 하는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그런 내게 구슬이, 만투, 사무엘같은건 있으면 좋지만 무리해서 사고싶지는 않은..

그거 살 가격이면 차라리 애기나 와이프 옷을 더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살게 되었다.


굳이 딱 하나 더산다면

물놀이 좋아하는 아들을 보다 간단히 찍기 위한 방수 똑딱이 카메라 싼거 하나 정도 있음 좋다고 생각하는 수준이고

 

FF VDSLR에 표준줌, 망원, 표준단렌즈구성이면

솔직히 가격대 성능비 및 이미지 퀄리티와 활용성 면에 있어선 아마추어에게 절대로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아니, 까놓고 말해 이정도면 SOHO 스튜디오 사진사가 쓸법한 오버스펙이라고까지 표현해도 될것이다.

아직도 20D에 28-70L로 행사사진 찍어 먹고 사시는 프로사진사가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한편으론 이 오버스펙으로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뛰노는 아이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며


한발 더 나아가 앨범과 사진책, 성장동영상등을 만들어 가족이 웃고 즐기고 있으니

오버한 보람이 어느정도 있다고 변명하고 싶다.


심지어 와이프는 똑딱이나 캠코더로 아이 동영상 찍지 말라고까지 한다.

이미 오두막의 FF FHD동영상에 맛이 들린 사람에겐 양자는 비교가 불가능한 영상을 만들어 내니 나도 동감이다.

그렇게 만들고 편집한 동영상 아이폰에 넣어가지고다니며

주변 초보아빠들에게 자랑하면서 뽐뿌넣는 그맛이란 정말 일품이다. -_-;;

 

그리고 아까는 그닥 필요없다고 했지만

솔직히 화소 커서 나쁠거 없고

고감도 저노이즈는 한밤중의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까지 찍게 해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며

sRAW는 차고 넘치는 하드용량부족현상에 한줄기 구원의 빛을 내려주니


이런면에서도 사실 현재의 장비구성에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하겠다.

 


아마 모르긴해도 여기서 내가 로또에라도 당첨되지 않는한

추가로 렌즈를 구매할 일은 없을듯하고


삼각대와 볼헤드와 무선리모콘과 가방의 기본악세사리도 쭈욱 가지고 갈듯싶다.

 

문제가 된다면 그건 아마 5D mark3 혹은 3D가 나왔을때겠지. (.....)

 


그러나 나의 장비구성에 있어

일관된 테마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1 이 2가 되는 구성을 위해서는 지출하지 않고

0 이 1 이 되는 구성을 위해서만 주로 지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볼때

한동안 내가 기변할 일 역시 없을것이다.

 


몇년에 걸쳐서

필요에 의해, 상황에 의해, 사정에 의해, 하나 하나 천천히 갖추며 여기까지 오고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워 개인적인 내용을 길게 적어보게 되었다.

 

혹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혹은 걷게 되실 분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참고가 된다면 더 보람차겠지만


그 이전에 이런 글을 한번 꼭 적어보고 싶었기에 적었다는 마음이 더 크다.

 

언제고 이 글은 사진과 함께 좀 더 다듬어 제대로 된 에세이로서 다시 올려봐야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