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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거장들로부터 제대로 좀 배우자.

by 선배/마루토스 201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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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도가 나날이 커짐에 따라

전에 없이 비교적 자주 이름난 사진의 거장들의 전시회가 연달아 열리고 있으며

그 관람객의 수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카쉬전, NG전 등 몇몇 그런 전시회를 다녀와봤으며 그것은 실로 기분좋은 체험이자 감명깊은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끔...이런 거장들의 사진을 보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기도 했었습니다.

전시회 갔다 주변분들이 나누는 회화라던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런 전시회 다녀온 분들의 글들을 보면서 말이죠.

 

이전 제 블로그에서 몇차례 적은 적이 있지만...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다시한번 짚어보고 싶은 마음에 또 뻘글을 적어내려가 보겠습니다.

 

 

 

이 사진은 아마 어지간한 분들은 거의 다 아실 사진일겁니다.

저 유명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한장일테니까요.

 

소위 말하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테마를 대표하는 한장으로서요.

 

저는 이 사진 및 다른 사진들을 통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라는 작가가 말하는 그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자 노력했으며

그 결과 저 나름대로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것을 정의하고 또 이를 실천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 결정적 순간이란 "그 피사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찰나"입니다.

 

단 한순간이지만 그 피사체가 지니는 특성, 개성, 성격, 기분, 그리고 그 외 여러가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단 한장의 이미지로서 사진사가 그 피사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가장 잘 표현해 낸 한장이 바로 "결정적 순간"이라 생각한다는 거죠.

 

이 답은 당연한 말이지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생각과 다를것입니다. 그는 그고 저는 저인걸요.

그는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에 시대까지 담았던 위대한 작가입니다. 수많은 사진사들이 그를 칭송하고 치켜세우는데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왜 제가 그가 되어야 합니까? (물론 되고 싶어도 될 수가 없..ㅋㅋㅋㅋ)

그의 사진은 그의 것이고, 저의 사진은 저의 것입니다.

제가 그와 같은 테마, 같은 생각을 하고 사진찍어봤자 저는 세상에 널린 그의 뒤를 쫓는 마이너카피에 불과하게 될뿐이죠.

 

물론 저는 그의 사진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를 똑같이 따라해야 할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는 프로사진사고 저는 가족사진사인걸요. 가는 길 자체가 다릅니다. 보고 그 주제의식등을 배우기까지는 하되 흉내내고 카피해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습니다.

 

즉 제가 브레송이라는 위대한 대가로부터 배운것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키워드와...그로부터 도출된 저만의 결정적 순간에 대한 주관이지,

그가 무슨 카메라를 썼고 포커스를 어떻게 맞췄고 무슨 필름을 썼고가 아닙니다.

 

이 역시도 엄청나게 자주 인용되는 인물사진의 대가중의 대가, 카쉬의 처칠 사진입니다.

처칠에게서 원하는 표정(...소위 처칠다운 뿔난 표정)이 나오지 않자 그가 피우던 시가를 카쉬가 냅다 빼앗아버렸고

감히 대영제국의 수상으로서 독일군을 물리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자신으로부터 일개 사진사가 감히! 라고 생각하며 그가 화내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을 카쉬는 담아내는데 성공했고....사진계의 전설이 되었다고 전해지죠.

 

원하는 한장을 담아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저는 이 일화로부터 배웠습니다.

또한 카쉬의 다른 사진들을 보면서 세련되고 품위있는 인물사진, 단 한장으로서 그 인물의 "이미지"를 "이미지"로서 가장 잘 담아내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죠.

 

저는 그런식으로...위대한 거장들로부터 일반 아마추어 취미 사진사라면 그 주제의식, 그 표현방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인드를 배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속은 좀 다르더군요. 적어도 제가 접해보고 느낀 현실은 말이죠.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으로부터 "결정적 순간"이라는 주제는 보지 않고...RF 라이카 카메라만 보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라이카 카메라 들고 흑백 필름 끼워 메뉴얼로 포커스 맞추고 찍고 다니면서 작가연 하는 케이스 정말 많습니다.)

"결정적 순간"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자기식으로 소화하려 하지 않고, 말 그대로 그를 카피하려 애를 쓰기까지 합니다.

이를 위해 도촬도 서슴치 않으면서 그저 결정적순간 결정적순간 노래를 부르며 길가의 누군가가 점프하기만을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요.

 

내셔널 지오그래피의 멋진 사진들을 보고 그 마인드만 배우는게 아니라

바로 그런 사진을 자기도 찍어보고 싶다는 일념하에 초망원렌즈와 최고급바디를 무리해서 사서는 자연파괴도 불사하며 동식물사진을 그저 멋지게 찍으려고만 합니다.

아무런 주제의식같은것도 없이 그저 멋진것, 특별한 피사체만을 찾아다니고 이를 찍어 널리 자랑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분들 정말 적지 않습니다.

 

인물사진을 찍는데 그 인물의 본질따위는 아랑곳없이...아무나 데려다 그냥 무조건 흑백에 노이즈 듬뿍 들어가게 해서 카쉬사진처럼 분위기 나게 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기도 하죠.

아니 뭐 아무나 데려다 처칠사진마냥 찍는다고 그 사진에 없는 가치가 생기는건 아니잖습니까 솔직히..?

카쉬는 나름대로의 주제의식이 있고 인물의 본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에 처칠에게서는 시가를 빼앗고 오드래햇번은 눈을 감게 했으며

알리는 두 주먹이 허리에 가있게 했을것이고 아인슈타인은 깍지를 끼게 했을것입니다.

 

이러한 인물 본연의 본질에 대한 성찰따위 없이 그저 흑백이라는 표현기법, 노이즈와 부드러운 계조의 밸런스따위에만 연연한다 한들

그사람이 카쉬의 발 뒤꿈치의 때조차 될 수 없음은 자명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경우들이...거장들로부터 제대로 잘못배우는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거장의 생각, 주제의식, 마인드가 아니라

거장의 장비, 거장의 조리개 수치, 거장이 쓴 필름의 종류, 거장이 사용한 조명에 엉뚱하게 꽃혀버리는 이런 경우가 실제로 정말 많습니다.

 

아마추어 사진사로서 사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한 법이고

작가를 쫓아하던 그러지 않던 당연히 각자 자기 맘이기는 합니다만...이게 어찌보면 심리적 함정에 해당하는 부분이기에

감히 이런 글을 남겨 보시는 다른 분들께 경종을 울려보고 싶은거죠.

 

브레송이 쓰던 카메라를 들고, 내셔널 지오그래피 작가들이 다니는 오지를 찾아다니고, 흑백떡칠을 하는 진짜 이유중 하나는

애초에 자기사진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남들, 그중에서도 위대하다는 사람들의 흉내만 내다(그것도 그다지 좋지 않은 방향, 예를 들면 라이카 도배에 도촬같은..) 

중도에 지쳐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거구요.

 

심지어는 여기 저기 게시판이나 서적 뒤적여 보면 소위 그 결정적 순간 찍는 비결을 가르쳐주는 글조차 적지 않습니다.

결정적 순간이 뭔지 생각하게 하고 100명이 있으면 100명이 모두 다른 답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아니라

그저 브레송 흉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낼수 있는지나 적고 있는 글이 말입니다.

무슨 카메라쓰면 좋고 조리개와 감도는 어떻게 하면 되고 후보정은 어떻게 해야 브레송쀨이 나고 ...심지어는 초상권 태클 피해가는 요령따위 가르쳐주면서 말이죠.

 

위대한 거장들의 사진을 보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고, 어느 단계까지는 이 거장들을 좀 따라도 해보고 흉내도 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아마추어 사진사로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찍고 누구에게 어떤식으로 보여줌으로서 자기가 무엇을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싶은건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사고하여 알아내 자신만의 주관, 자신만의 세계를 확립하는것 아닐까 합니다.

위대한 거장 안셀 아무개가 조리개 조이라 했다 해서 조인다거나 하는 그런 무조건적인 흉내 그만두고 말이죠.

 

 

앞으로도 더욱 많은 멋진 거장들의 사진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하겠습니다만..

그 전시회 보고 나온 분들이 남대문 가서 라이카 카메라 사는것이 과연 그 위대한 거장들이 여러분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일지,

둥지에서 애기새 꺼내 사진찍고 죽게 내버려두는게 과연 내셔널 지오그래피 작가들이 바라는 바일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뻘글, 오늘도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