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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진]에서 감성이란 무엇일까?

by 선배/마루토스 2013.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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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말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감성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입니다만


한자사전에 수록된 감성,

국어사진에 등재된 감성,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말하는 감성,

현대 회화주의 사진에서 말하는 감성,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성이



모두 다릅니다. -_-;;

심지어 감성을 영어로 번역하면 뭐가 되냐면 영어 좀 하신다는 분들은 바로 sensitivity라고 한다는데

실제로는 그냥 일본어 발음인 kansei가 구미등지에서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있어요. 번역불가능한 단어라는 이유로..


이것때문에 순수이성비판을 읽어보기도 했고

사진책 두껍고 비싼거 사서 회화주의에 대해 파보기도 했지만

어느쪽도 지금 우리가 말하는 감성사진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쓸 수가 없...-_-;;



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사색과 고찰을 꾸준히 계속 해 온바,

이런 생각은 조금 해봤기에 그걸 여러분들과 좀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감성은 칸트가 말했듯 수동적인 개념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 사진사입장에서는 능동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성이란 어떤 대상을 인식하고, 인식한 대상으로부터 개개인의 기억속에서

그와 관련된 기억과 선입견등을 떠올리되, 이성적 지식이 아닌 어떤 심리적 반응이 발생하는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인간이 지닌 오감중 무언가에 대한 자극으로 이어지죠.

다시말해...인식했더라도 그것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 발생할만한 기억, 선입견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같은 대상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감성적 반응이 일어날수 있지만 누군가는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우리 사진사들 입장에서 본다면 불특정다수로 하여금 어떤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애초부터 목적으로 하여 그에 대한 보다 효율적, 그리고 광범위한 대상을 몰색, 효과적인 방법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사만의 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도출된 감성은 공감자를 찾기 힘들며,

공감자가 없다는 것은 감성의 공유에 실패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다시말해 사진사가 감성사진이라는걸 찍고 보여주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불특정다수가 폭넓게 공유하는 그 무언가를 보다 많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감성을 느끼는 대상으로 하여금 오감중 그 무엇을 기억과 함께, 혹은 추억과 함께

자극할 수 있을 효과적인 포장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필름느낌..낡은 사진느낌 보정은

그래서 감성사진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포장술 그 자체만으로는 감성이라 할 수 없지만요.

어쨌거나 필름의 형태, 필름의 질감, 오래된 필름의 변질된 느낌 역시 우리의 오감중 무언가를 자극하는

효율적 수단임에는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는 사람역시 보여지는 사진에서부터 감성을 자극 받을 수 있을만한 추억과 선입견을

지니고 있어야 비로서 감성의 소통은 가능해집니다.


제생각엔 지식, 이성과는 달리 감성은 일방통행이 불가능한 개념이예요.

사진을 통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식으로 알려주는 것은 그래서 감성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비로서 주고 받을 수 있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어려운것이고요.


예를 들자면 번데기..같은 소재가 그렇습니다.

이제 나이가 마흔줄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번데기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고 가정해볼께요.

그냥 번데기 달랑 찍으면 번데기에 대한 감성이 공유되고 감성사진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은.

그러면 이를 어떻게 담고 보여줬을 때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감성사진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잘 찍고 흑백으로 포장하는데(시각에의 호소)

어렸을때 사먹었던 번데기의 냄새와 맛을 자극할 수 있도록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면 좋겠군요. (미각, 후각에의 호소)

또 그걸 사먹던 어린 시절의 정서를 살리려면 아이가 들고있으면 효과적일것이며(기억에의 호소)

마트가 아닌 시장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되 늦은 오후의 역광이라면 더욱 더 시간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것이며(시간에의 호소)

번데기가 깨끗한 포장지가 아니라 신문쪼가리 잘라만든 그시절의 일회용봉지에 담기게 한다면(촉감에의 호소)

여러 감각이 동시다발적으로 자극받으면서 오랫동안 잊고있던 아련한 그 무언가가 내부로부터 튀어나와 감각적,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제가 논리로 풀어 설명하는 감성에의 효율적 자극법이예요.


그러나 도시에서 자라 지금 열살쯤 된 꼬마에게 같은 사진을 보여주더라도

아무런 감흥은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그 맛도, 그에 관한 추억도 그 아이에겐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 꼬마에겐 번데기 사진은 그냥 이성적 정보 그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른들은 이런거 군것질거리로 먹곤 했다더라 하는...그런 정보 이상은 못되는 사진이 되는거죠.


다시말해, 감성은 보여주는 사람 입장에선 보는 사람을 처음부터 어느정도 상정해야 비로서 구현가능한 개념인것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제가 수동적 감성과 동시에 능동적 감성에 대해 이야기 한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담아내는.. 다시말해 인간이 지닌 오감과의 연결점을 만들어내고 구현해내는것이 바로 감성내공입니다.

흑백이나 노이즈, 필름느낌같은 포장술 역시 포함해서 말이죠.

흔히 필름느낌이나 흑백 대충 해놓고 감성돋네요~ 하면 제가 인정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흑백포장 필름느낌 포장 암만해도 뭐합니까. 오감중 그 어느것하나 건드리지 못하는데 무슨 감성이 공유가 되요 -_-;;

 

진정한 "감성"은 앞으로도 계속 저의 탐구주제의 한 축이 되겠습니다만

탐구 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네요.

 

메인포스팅은 다음주에 올라갑니다. 오늘은 잠깐 쉬어가는 코너.....

....는 아니예요 사실. 무게로 본다면 스피드라이트 사용법같은 것보다 이게 훨씬 더 무겁지 않나 싶네요.

그닥 호응이나 공감은 얻지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애초에 이게 올바른 접근법인지 조차도 사실 자신이 없어요 저역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