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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생사진사의 불편한 현실.

by 선배/마루토스 201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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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진 관련 인터넷 동호회같은 곳의 게시판에

제가 주목해서 보고 있는 어떤 청년 학생사진사가 한명있습니다.

 

제가 왜 이 청년 학생 사진사를 주목해서 보고 있냐면...한마디로 완벽에 가까운 반면교사에 해당하는 케이스라서입니다.

그는 대학생이면서 DSLR에 입문한 지 얼마 안된 새내기입니다만

일단 모든 관심이 더 좋은 장비에 쏠려있습니다.

보급기로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결국 본인 왈 엄청나게 무리를 해서 고급FF카메라와 고급렌즈를 장만했는데도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아 더 좋은 카메라, 더 편한 장비에만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기준에서 더 좋은 카메라, 더 좋은 렌즈는 다른거 다 필요없고 무조건 선명하고 쨍한 사진이 나오는 장비예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반면교사역할을 할텐데 그는 그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대단함을 여러차례 보여주더군요.

 

우선 자기가 대학생이면서 분수에 넘치는 장비를 손에 쥐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고등학생이나 여대생들이 비싼 카메라 들고다니는걸 경멸하다시피 합니다. 전형적인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마인드죠.

 

또한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실력이 매우 보잘것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비가 좋으니 당연히 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한 마인드를 가지고 프리랜서 쇼핑몰 사진 알바를 시작하더군요.

 

당연히 쇼핑몰사진 잘 찍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리 막히고 저리 막히고 할때마다 질문공세가 쏟아집니다.

내공은 모자란데 장비빨로 우선 급료타먹으면서 하나씩 알아가면 되지 않겠냐는 마인드인데

고용주또한 그리 생각할지 심히 의문입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도촬을 당연시하고 자랑시합니다.

해외의 유명 사진사들도 도촬 하지 않느냐? 도촬이 뭐가 나쁘냐? 인사만 잘하면 되는거아니냐...이런식이죠.

지나가는 아가씨를 도촬해도 예술을 위한건데 누가 감히 뭐라 할수있냐 난 예술하는 사람이니 떳떳하다..프로도 하니 나도 해도 된다는 논리로 풀더군요.

 

사실 후보정도 잘 못하는데 후보정에 대한 전형적인 안좋은 선입견 하나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흑백바꾸고, 노이즈좀 넣으면 그게 바로 감성사진이다 라는....;;

 

자기는 좋은 장비에 열광하고, 남의 좋은 장비는 경멸하고

지나가는 여자 아무나 가슴이고 다리고 도촬하면서 그 어떠한 죄책감도 지니지 않으면서

대충 후보정해서 감성~감성~노래나 부르고

모자란 내공에 대한 책임감은 없이 좋은 장비니 남의 돈 타먹어도 되겠지 하며 알바뛰고

아는게 없으니 혼자 해결못해 결국 인터넷에 질문 올려가며 하는 한편

끝없이 장비 기변, 장비탓 하기 바쁩니다. 또한 없는 실력에 다른 선배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음에도 감사의 인사한마디 하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누가 누굴 가르치려 드냐는 식으로 역정만 내죠.(가르쳐달랄땐 언제고.......)

 

문제는...제가 이런 분을 한두번 보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상당한 숫자의 입문자들이 이와 비슷한 테크트리를 탑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길거리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든 젊은 남자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싸늘하기 그지없게 되어가는 겁니다.

 

사진취미로 한다그러면 무조건 돈천만원쯤 깨진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도 이런분이고

길에서 큰카메라 큰렌즈 끼우고 있으면 지나가는 여자 미니스커트나 도촬하는 도당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도 이런분이고

사진 장비만 좋으면 대충 알바로 푼돈 벌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도 이런분이며

실력없어도 인터넷에 질문해서 대충 해결해 면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도 이런분이고

대충 후보정으로 흑백만들고 노이즈 넣으면 없던 감성이 생긴다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리는 것도 이런분이고

자기 아닌 여자나 학생이 비싼 카메라 쓰는걸 코웃음치는 것도 이런분이며

좋은 장비 = 무조건 선명하게 나오는 장비 라는 잘못된 인식도 이런분들을 통해 퍼져나갑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하는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반면교사의 숫자를 줄이고 싶은 마음에서 일편단심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고 하지만

막상 보여줘도 이런분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저를 좀 슬프게 하더라구요.

 

그나마 이러한 것들이 올바르지 않은, 잘못된 것이라는걸 깨달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분들이라도 보시고

반면교사로 삼아 정진하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휴중에 포스팅 한번 해봅니다....

 

"남이 하니 나도 해도 되겠지"가 아닌,

"남이 하더라도 내 양심에 비춰보고 나는 하지 않겠다"는 분들의 수가 많아지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