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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좋은 사진장비가 정답이 아닌 이유

by 선배/마루토스 201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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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DSLR에 입문하시는 분들..혹은 입문한지 얼마 안된 분들의 경우

흔히 하시는 생각, 일반적인 상식의 잣대로 판단하시는게 하나 있으니...

"비싼게 무조건 좋을 것이다"라는 부분입니다.

비싼 바디, 비싼 렌즈, 그리고 비싼 필터등을 끼워야 최고의 화질, 끝내주는 선명한 사진이 나올거라 생각하신다는 거죠.

과연 그럴까요? 과연 비싼게 좋다는 상식이 사진에도 통용될까요?

 


먼저 렌즈를 예로 들어보죠.


85.8 애기만두와 85.2L 만두와 85.2L 2 만투가 캐논에는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지고 MTF그래프를 비롯한 스펙은 상승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뒤로 갈수록, 다시말해 비싼거일수록 좋은 렌즈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러나 이는 엄밀히 말해 옳지 않은 표현입니다.


애기만두만 해도 포커싱 속도면에선 뒤의 둘을 압도하는 측면이 있으며

저렴한 가격 대비 결과물을 본다면 장점이 훨씬 더 많은 렌즈예요.


구세대형 만두만 해도 수차나 포커싱속도에서 신형 만투에 뒤진다 하나

그 특유의 설계가 만들어내는 회오리치는 빛망울의 느낌은 오히려 만투보다 산뜻합니다.


이처럼 만투가 비싸고 최신형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월하기만 한건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만투만의, 최대한 단점은 억제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과 선명함의 뛰어난 밸런스는

만투 아니면 만들어내기 힘든 독특한 만투만의 맛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렌즈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가격과 성능그래프에서 비롯되는 우열이 아니라

그냥 서로 다름에서 비롯되는 차이뿐입니다.

 

필터에서도 이 경향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고스트와 플레어가 억제되는 좋은 필터가 흔히 말하는 B+W로 대표되는 최고급 필터군입니다.

 

이게 바로 B+W필터의 위력입니다. 플레어와 고스트가 참 잘도 억제되고 있네요. 하단에 좀 보이긴 하지만 엄청 억제된겁니다 이게.

필터를 애초에 렌즈보호용으로 착용하는 만큼, 화질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되는것이 바람직할것이라는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필터에 대한 개념이고 이를 위해 비싼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곤 하죠.

고스트와 플레어가 진짜 진짜 너무너무 싫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이 생각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스트와 플레어라는게 진짜 보기 싫고 사진을 망치는 요소만 되느냐면...그건 또 아닙니다.

 

B+W보다 레벨이 낮다고 평가되는 프로텍터끼웠더니 보시다시피 플레어와 고스트가 아주 작렬을 하네요.

근데 어떻하나요.....저는 위의 고스트와 플레어가 억제된 사진보다 이렇게 작렬하는 사진쪽이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오히려 고스트와 플레어가 사진에 감성을 더하고 감칠맛을 더하는 경우도 이처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하이레벨의 유저들은 오히려 더 멋있고 더 찬란한 고스트와 플레어를 일부러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최고급의 필터일수록 이게 안생기죠. 이것은 하나의 넌센스로서 성립됩니다.

 

바디라고 뭐 예외가 있을까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비싼 바디는 화질이 좋은 바디가 아닙니다.

뭐 대당 천만원 넘어가는 중형이야 화질이 좋은 바디라는데 토 달수는 없지만서도 DSLR레벨에서는 거기서 거기예요.

그럼 비싼 바디는 왜 비싸냐? 온갖 기능으로 떡칠을 해놔서 비싼겁니다.

더 잘보이고, 더 편하게 설정하고, 더 핀이 잘맞고, 더 빠르게 작동하고, 더 많이 담고...

사진 건지는 확률을 높이는, 핀이 안맞아서 망하는 사진같은것의 비율을 낮춰주는것이 비싼 바디의 존재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처음에 말한 "비싼게 무조건 좋다"는 상식과 카메라회사들의 상술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비싼게 "화질도" 좋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끔 합니다.

스위스 아미나이프로 치면 더 많은 툴이 달린 아미나이프와 비교할 수 있겠네요.

아무리 비싼 아미나이프도 결국 아미나이프입니다. 장미칼(......)이나 엑스칼리버같은 진짜 칼이랑은 다르잖아요?

더 잘 잘려서 비싼 나이프인게 아니라 그냥 온갖 잡다한 기능이 많아서 비싼 나이프.....그게 비싼 바디의 진실입니다.

 

화질만이, 성능만이, 그리고 비싼것만이 좋을것이라는..장비의 선택지표가 된다는 것은 그래서 일견 합리적일듯,

실제로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이 되기 쉽습니다.


사진은 그래서 더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단점이 매력이 되고, 부족함에서 새로운것이 태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요.


무조건 깨끗하고 선명하고 최상의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는다고 그게 과연 행복과 직결될까요?

 

아웃포커싱이 무조건 잘되는 렌즈...이게 의미가 있을까요?

아웃포커싱이 예쁘게 되는것과 잘되는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M마운트 라이카 렌즈같은게 이름높은 이유는 아웃포커싱이 잘되서가 아니라 예뻐서예요.

 

노이즈가 무조건 없는 바디...이 역시 무조건 좋다고만 하긴 힘듭니다.

노이즈로 사진에 감성을 넣는 분들은 저감도에서 적당히 노이즈가 끼는

구닥다리 코닥 카메라같은 그런 바디가 최고의 바디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무조건 선예도가 칼같이 쨍하게 나오는 렌즈..?

그런거 포토샵에서 언샵 한방 주면 어지간한 렌즈는 다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후보정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DPP쓸만하다...라이트룸이 짱이다...포토샵이 지존이다...

혹은 애초에 JPG로 잘나오는 카메라가 장땡이다 그거 사진 수천장 어느세월에 후보정하고 앉았냐...


다 맞는 말이며 그와 동시에 다 틀린 말입니다.

후보정의 기본을 마스터하고 툴의 응용에 어느정도 능숙해졌다면

어느 후보정 툴 가져다 써도 어지간한 원하는 바는 다 합니다.

라이트룸으로 한장 한장 심도있게 보정할 수도 있고

포토샵으로도 수백수천장 여유있게 단체보정 합니다. 저 작년 한해동안만도 보정한 사진의 장수가 만장 훌쩍 넘어요.

만장이 뭡니까. 둘째때문에 이만장 가까이 보정한것같네요. 포토샵으로 언제 그거 한장씩 하냐고요?

그건 그말하는 사람이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찾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할 마음이 있다면 해 내는게 사람이예요..

중요한건 툴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었느냐이고

뛰어난 결과물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이 즐거웠느냐 하는게 중요한거라고 봅니다.

 

아마추어일수록 결과, 화질, 퀄리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아마추어이기에 더 자유로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마추어임에도 자기를 스스로 옭아매고 시야를 좁게 가져가는것을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은 없다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진리라는 열린 마인드가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