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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사진은 쉬워야 한다

by 선배/마루토스 2016.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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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중 

 

특히 작품사진 예술사진을 제대로 배운적 없이

 

하지만 왠지 비싼 카메라 샀으니 작품사진 예술사진 찍어야 할것같다 하는

 

아마추어 사진사들이

 

바로 그 작품사진 예술사진 하고자 할때 흔히 하는 생각중 하나가

 

 

그런 사진은 좀 어려워야 뭔가 좀 있어보인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사진에 은유적 요소, 암시적 요소를 잔뜩 넣기도 하고

 

무언가를 상징하는 다른 객체를 사진에 집어넣기도 하며

 

때로는 과잉된 색을 통해 표현하기도 하고

 

반대로 색을 없애고 명암만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뭐 다 좋습니다만 제 생각은 아주 조금 다릅니다.

 

 

 

제 생각에 사진은... 기본적으로 쉬워야 합니다.

 

 

제 생각만 그러한게 아니라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사진전 입상작이나

 

명작으로 추앙받는 사진들을 살펴보면

 

보기 쉽고 읽기 쉬운 사진이 보통 좋은 사진이라는 평가를 받기 마련이며

 

이것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보기 쉽고 읽기 쉬운 사진이

 

오히려 찍기에는 어렵고 난감하다는 점이죠.

 

 

 

보기 쉬운 사진을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실 덜어내는 것입니다.

 

사진사가 보여주고 싶은 무엇외의 모든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덜어내는데 성공하였을 때,

 

그 사진은 보기 쉬워집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하여 많은 사진사들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제 생각에 이유는 크게 두가지인데

 

첫째, 불안하기 때문이예요.

 

 

내가 친절하게 이거 저거 다 넣어서 이게 뭔지 보는이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보는 이가 그게 뭔지 모를거같아서 어떻게든 알려줘야 한다는 조바심이

 

사진에 온갖 잡스러운것을 다 넣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숨바꼭질 하는 아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술래도 숨어있는 아이도 모두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조바심이

 

필요하지도 않은 피사체를 한화면에 다 담으려 들게 되는 그런거죠.

 

 

 

실제로는 잘 숨었다며 킥킥대는 꼬마 하나....아니 그 꼬마 전신을 다 포착할 필요도 없어요. 

 

그 아이의 표정이나 제스쳐같은 부분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전할 수 있습니다.

 

 

 

덜어냄이라는게 그런겁니다.

 

먼저 욕심을 덜어내고 사진을 보아줄 관객을 좀 더 믿고 과감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덜어내야 합니다.

 

 

 

둘째, 아직 모르기때문입니다.

 

사진에서 불필요한게 무엇인지.

 

어느것을 덜어내야 보는 이가 불필요한 요소에 얽매이지 않고 사진감상을 하는데 좀 더 집중할 수 있을지.

 

색을 덜어낼지 객체를 덜어낼지 그림자를 덜어낼지 벡터를 덜어낼지 광원을 덜어낼지 케바케로 판단하지를 못해요.

 

 

 

왜냐면 사진을 보여주는 법을 알기위해서는 사진을 보는 법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그걸 모르기 때문이예요.

 

그렇다보니 왠지 어려워야 작품처럼 되지 않을까 왠지 있는그대로 보여주면 얕아보이지 않을까 고민하게됩니다.

 

 

게시판이나 SNS등을 보면 사진잘찍는법 가르쳐달라는 글은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사진 잘보는법을 가르쳐달라는 글은 거의 전무에 가까와요.

 

실제로 사람들이 사진 보는 법을 너도 나도 모두 너무나 잘 알기때문에 안배워도 되서 질문안하는걸까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걸 알아야 한다는 사실 조차도 아직 인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주는 사람을 찾기가 사진 가르쳐주는 사람 찾기보다 더욱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좋은 독자가 곧 좋은 필자가 되는것은 아니지만,

 

좋은 필자는 거의 예외없이 좋은 독자예요.

 

이미지를 언어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진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전문용어에 고사성어 있는대로 갖다 붙이고

 

은유에 비유에 의인법쓰고 도치법쓰고 한다해서 우리가 그사람 보고 글 잘쓰고 말 잘한다고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쓰는 단어와 누구나 쓰는 쉬운 문장 똑같이 쓰는데도 불구하고

 

더 이해하기 쉽고 와닿을때, 우리는 그사람을 보며 글 잘쓰는 사람이라고 하죠.

 

 

 

사진도 그와 같습니다.

 

굳이 어려운 요소 있는대로 집어넣고 예술가연 한다 해서 사진 잘찍는거 아닙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건 곧 쉬운 사진을 찍을 줄 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쉬운 사진은 보통 덜어냄이라고 하는 아주 어려운 과정을 통하여 찍혀집니다.

 

예전에도 사진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실천하는 10가지 방법에 대해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 10가지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예시예요.

 

 

자신만의 덜어냄...자신만의 미학...그런걸 통해서

 

쉬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진을, 덜어냄을 공부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