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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초상권, 어떻게 해야할까?

by 선배/마루토스 2012.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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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SLR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원인은 한 모델이 자기 사진 포스팅한 것들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진사들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죠. 그냥 찍은 것도 아니고 "모델료"를 지불하고 촬영한 사진인데

자기가 자기돈 내고 자기 장비로 찍은 사진을 "초상권"이라는 권리를 내세운 모델로 인해 삭제당하고 어디에도 올릴 수 없다면

도대체 돈 왜 내고 그 모델 찍은건지 알수가 없잖습니까?

 

문제는 사실 촬영회를 주최한 스튜디오측에 상당부분 있다고 봅니다.

그냥 관례상 [계약서]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돈만 오간 후 촬영을 하다보니 나중에 이런 트러블이 생겼을때 기준이 되는게 없고

그러다보니 결국 초상권에 관한 법만이 기준이 됩니다.

 

 

네. 이런때 대부분의 경우 귀결점이 결국 "법'입니다.

당연한 일이죠. 대한민국은 민주 법치 국가이고, "법"이라는 기준에 의해 만사가 판가름납니다.



초상권같은 경우 그래서 문제가 됩니다.

몇몇 판례는 존재하지만 명문법에 정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시피 하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게 되냐 안되냐 설왕설래하고 법을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지만 명확한 답은 항상 법원가야 가려지죠.

 

현행법상 초상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행사, 시위, 이벤트, 보도사진등 일부에 그칩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업적 용도의 이용을 제외한 사진의 사용을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으며, 그래서 사진사들이

오토살롱, 모터쇼등을 다니며 모델을 촬영해 포스팅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거거든요.

그러나 이를 뒤집어보면 그 외의 경우에는 가급적 지켜져야 할것이 이 초상권인 것입니다.

사진사들은 저작권은 그럼 어케되냐? 하고 따지기마련인데 저작권보다는 초상권이 앞에 있어야 한다고 전 생각해요.

왜냐면 초상권은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 개개인의 "인권"에 해당하는 중요한 권리거든요.



특히 보도사진, 다큐성 도촬사진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70년대 이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 세대의 모습을 생생히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사진들을 보면

과연 이 사진들이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둘째치고라도 초상권이라는 명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시대라면 이런게 가능이나 할까? 라는 의문을 들게 해주는 대표적 사진가로 최민식선생님을 들 수 있는데

이분 자서전엔 섬뜩한 한마디가 나옵니다. 딸이 자기를 보며 이렇게 말했더라는 거죠.



"아빠는 남의 가난을 팔아 성공한 사람이에요."




모르긴 해도 최민식 선생님께는 우리같은 범인은 감히 가늠해보기 힘든 자기만의 어떤 가치관, 독자의 기준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딸로부터 이런 소리를 듣더라도 꿋꿋하게 사진을 계속 하실 수 있었던 거겠죠.

모르긴해도 사진속에 촬영된 인물들로부터 초상권에 관련된 고소를 당하시는 한이 있더라도 그걸 담아야 한다는..

어떤 강렬한 의무감과 사명감까지도 가지고서 촬영을 하셨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나 이런걸 가질수는 없죠.

 

다시말해 제법 괜찮은 카메라가 있다 해서 아마추어 취미 사진사가 자기 개인적 욕심과 만족을 채우기 위해

어렵고 힘들게 사시는 분들을 대충 찍어  흑백에 노이즈 넣어 포장해본들...이건 비열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작가 흉내 낸다 해서 아무나 작가 되는거 아니거든요. 초상권자가 자기 사진 보고 화가 나서 고소라도 했을 때,

기꺼이 죄값을 치르겠다는 마음가짐 정도는 최소한 가지면 모를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사진을 촬영한 분들은 오히려 한술 더뜨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보다도 나이 지긋하게 드실만큼 드신 어르신들이 더하시는 경향을 띠더군요.

어렵고 힘들게 사시는 분들 찍어놓고선 아주 자랑스럽게 포스팅도 하고 심지어 여기저기 사진전에 출품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아예 단체로 달동네 몰려다니며 그짓거리 해대고 낄낄댑니다.

초상권자의 허락? 양해? 각서에 사인? 그런거 신경도 안쓰고요. 그래놓고선 뭐라고 하면 버럭!! 합니다.

 

"아니 그깟 니 얼굴 니 초상권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거 좀 찍었다고 시비야?"

"내가 내 카메라로 가난뱅이를 찍건 노숙자를 찍건 뭘 찍고 다니건 니들이 대체 무슨상관이야?"

"프로 작가 머시기도 막 찍고 다니는데 왜 그건 뭐라 안하고 나한테만 머라그래 ㅅㅂ?"


농담같이 들리실테지만 이분들의 마인드가 실제로 이렇습니다.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그래서 욕을 먹습니다. 멀쩡한 다른 사진사분들까지도 말이죠.

초상권은 아까도 말했듯 거슬러 올라가면 그 사람의 인권과도 직결됩니다.

"인권"은....현대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 가장 근원이 되는 소중한 권리예요. 비싼 카메라 좀 샀다고 해서 마음대로 깔아뭉개도 되는

그런 하찮은 권리가 절대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싼 카메라가 무슨 허가증,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으시대는 그 꼬락서니는 역겹기 짝이 없습니다.

이건 비유하자면 "나 비싼 외제차 샀으니 주차금지 표시 어기고 아무데나 주차해도 아무도 손 못댈거야 크크크" 하는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저 역시 나름 오랜시간에 걸쳐 저만의 독자적 가치관, 독자적 기준을 세우긴 했습니다만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이부분보다 조금 다른 부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법에 대한 부분입니다.




애초에 "법"이 기준이 되는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기준인가 하는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법"이란, 최대한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적 성격을 지닙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민주 자유 국가의 법률이라면 모름지기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며..

당연히 법이 정하는 테투리, 법이 정하는 가이드라인은 작아져야 하는게 옳습니다.

이게 커진다는건 중세-근대국가 내지는 독재, 전체주의 국가로 가는 길이니까요.



문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사고방식이 지극히 영리하다는데 있습니다.

"법"이 정하는 선만 넘지 않으면 뭐든지 ok...라는 사고방식이 당연스레 성립된다는 거죠.

사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도촬사진 내지는 다큐사진, 보도사진등을 찍는 분들의 경우

프로가 아닌 취미레벨에서조차 이것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안걸리면 그만이다...여기까지는 해도 나 안잡혀간다....이렇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법"이 아닌 다른 기준을 내세우고 싶습니다.

그건 다름아닌 사진 찍는 사람 개개인의 양심, 매너, 상식, 도덕.....이런 비법률적인 부분에 의한 기준이예요.


정말 별거 없습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찍히는 사람과 찍힌 사람의 입장 바꿔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자기 양심에 찔리나 안찔리나 하는 것을

"법"보다도 우선하는 기준으로 삼자는 거죠.


당연히 강제성 없습니다. 강제성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죠.

당연히 도촬사진 찍기 힘들어집니다. 최민식선생님처럼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후대에 전달하기도 힘들어질테죠.

당연히 예술적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지니는 사진의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 해야 비로서 사진찍는 사람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조금이나마 바로 설거라고 봅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선 이 상식과 양심이라는 기준을 내세울 경우 "법"을 가볍게 뛰어넘는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잘못된 권력과 금력, 폭력과 압력등에 우리 일반 시민이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도 바로 사진이라는 절대의 증거를 남기는 것이며

그러한 비리들과 만났을때는 설령 법이 금지한다 해도 각자의 상식과 양심에 비추어 꺼리낄 것이 없다면 기꺼이 찍을거라 봅니다.

예를 들어 길 건너편에서 미성년자 여학생이 바바리맨의 습격을 받는걸 목격했다고 쳐보세요.

무단횡단?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 여학생을 구할수 있다면 말이죠. 그게 바로 때로는 법조차 뛰어넘는 양심과 상식인것입니다.



사회적 약자, 일반 시민을 사진이라는 형태로 착취하려 하기보다

사회적 강자, 권력과 금력을 지닌이들을 사진이라는 형태로 고발하는 것이야말로 보도, 다큐사진의 본질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죠? 전자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참 많은데

후자를 지향하는 아마추어 사진사를 전 거의 못 봤어요. (..........)




원래 오늘 초상권 이라는 명제를 가져오게 된 모델촬영회의 경우는 사실 딱히 할 말이 없어요.

애초에 촬영전 초상권양해각서와 더불어 "세금신고서"를 작성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좀 딱딱하게 보일지언정 어느선까지의 포스팅과 사용을 허락하고 어느선 이상을 불허한다는 명확한 지침을 종이에 적고

양자가 싸인을 한 후에 촬영하는것이 이런 트러블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이런 사례가 적지는 않습니다. 연예계를 진출하고 싶어한다거나...성형을 좀 크게 했다거나...이런 경우

과거의 사진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아마 모델의 인지상정일테지요.

그러나 그러면 돈을 낸 사진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모델들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봅니다.

 

또한, 포스팅불가능한 레벨의 사진 촬영회를 기획하고 개최해 중간에서 돈을 챙기는 일부 스튜디오의 경우엔

사전에 촬영자들로부터 양해각서를 받는다 하더군요. 포스팅하지 않는다는...

사진사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평범한 촬영회라면 포스팅해도 된다는 양해각서정도는 받고 촬영을 하셔야겠죠.



평소 사진과 초상권에 대해 생각하던 바가 있어 그냥 뻘글 적어봅니다......

그러나 제 생각이 상당부분 이상주의적 면이 있어 실제로 이런 기준을 거의 모든 사진사가 가지는건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누군가 정신이 좀 깨어있고 이런 분야에도 관심있는 입법권을 지닌 국회의원이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기준을 세우고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니가 옳다 내가 옳다 투닥대는것이 아마 최종결론이 되겠죠. (현재로선 판례에 크게 의지할 뿐 세세하게 명문화된 법이 그다지 없다더군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남들은 이렇게 안할테니 나도 안지킬래...라기보다는

남들이 안지켜도 나는 좀 지켜보고 싶다 라는 마음 간직하고

저의 기준, 저의 가치관, 저의 양심, 저의 상식에 비추어....무엇보다도 자라나는 두 아이들이 나중에 아빠의 모든 사진을 다 보더라도

한점 부끄럼 없는 사진생활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최소한 아마추어 가족 취미 아빠 사진사인 저로서는 제아무리 사명감 의무감에 불탄다 해도

"아빠는 가난한 사람을 팔아 성공한 사람이예요"라던가 "헐벗은 여자들만 찍고 다니니 좋아요 아빠?"소리는 듣고싶지 않거든요.(........)

 

부디 저 말고도 이런 생각을 하시는 사진사분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약간은 심각한 포스팅 한번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