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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OMIC

[연재] 선배의 명작 만화 소개 <2> 17세의 나레이션

by 선배/마루토스 2007.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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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배 마루토스입니다.


불현듯, 비정기적으로 가끔 한두개씩, 여러분에게 좋은 만화를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불현듯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우러나와, 이렇게 연재식으로 글을 하나 써보게 되었습니다.


기왕지사 하는거, 명작들을 골라 소개해 드릴 생각이며,

아마도 제가 권해드리는 만화들의 태반은 구해 보기조차 어려울 소지가 충분히 있으므로,

이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이나 여러가지 문제가 존재하기에, 저에게 구해달라는 쪽지나 답글은 정중히 사절하오며;

가급적 좋은 작품을 엄선해서 소개시켜드리겠다는 것만 약속드리겠습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로, 역시나 갑자기 불현듯 생각난 만화, 17세의 나레이션을 소개시켜드릴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경옥작 / 17세의 나레이션


강경옥이 대략 1990년대 초반에 내놓은 이 코믹스를, 10대 후반, 가급적이면 그것도 17세에 볼 수 있었다면

그 독자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끔 작품들중에는 그런 작품들이 있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기에 읽어야 가장 동감할 수 있고,

가장 재미를 느낄수 있는 작품.........


이 코믹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1991,2년즈음에 17세를 맞이한 사람이 바로 그당시에 보았다면

주인공들의 탁월한 심리묘사에 동질감을 느끼다 못해 전율을 할 정도의 작품이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제 17세를 맞이하는 아이들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그런 정서의 만화죠.

그러나, 그당시에 17세를 맞이했던, 저와 같은 세대라면....이 코믹스는 엄청난 추억의 바다로 여러분을 인도합니다.


강경옥의 작품군은 SF부터 판타지, 호러, 신변잡기등 다양하지만, 일관적인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그 특징이란 바로 케빈은 열두살과 비슷한 방식의 연출방식에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행과 동시에, 주인공의 리얼한 머리속 생각이 독백으로 흐르는데,

해설자가 아닌 1인칭이므로 이 독백은 주인공의 생각 그 자체이며,

당연히 주인공이 모르는 사실이라면 독자도 모릅니다.

이 독백이 대단히 감칠맛이 있고, 전반적으로 이 독백은 촌철살인,

주인공이 보통 이야기 하는 상대를 머리속으로 씹기 일쑤인데

그게 상당히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좋은 방식의 연출이었죠.


이 코믹스는 17세를 맞이한 여주인공 세영이(맞나;;)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연극부원이고, 이웃집 동갑내기를 짝사랑 하지만, 그 동갑내기는 역시 연극부이지만

평범하면서도 털털한 세영이와는 달리, 눈에 띄도록 예쁘고 상냥하며 또 착한 여자아이와 사귀고있습니다.


차라리 이 애가 못된 애면 싸워보기라도 하지....착하기만 한 아이다 보니 짝사랑에 속앓이 하는 세영이는

답답하기만 할 뿐입니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찬스도 만들어보고 하지만 다 허탕이죠.


한편 쿨&니힐한 여자 반장과 또 역시 쿨&니힐한 연극부 부장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끄는데,

17세, 사춘기를 맞이한 청춘들의 심리변화를 작가 특유의 미묘하고 섬세한 연출로 풀어나갑니다.


그리 길지 않은 만화지만, 저에게 한국 순정만화의 힘을 각인시키는데는 충분한 만화였고,

저는 지금도 강경옥의 수많은 작품들중에서 17세의 나레이션을 최고라 꼽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어떤의미에서 본다면, 17세의 나레이션은

한국판 "겨울이야기<하라 히데노리작>" 라고도 할만하다 생각합니다.

겨울이야기 역시 제가 고3때, 그리고 제수시절에 접했던 만화기에....그 찌질함에 저는 정말 치를 떨어야 했죠 -_-;;

그러나 뒤로 가면서 이야기가 변질되는 겨울이야기와는 달리, 17세의 나레이션은 산뜻하고도 또 납득이 가는

그런 세련된 결말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스토리 텔러로서의 강경옥의 전성기는 바로 이때가 아니었나, 하고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순정만화에 편견이 있으신분, 혹은 90년대 초에 10대 후반이 아니었던 분들에게는 권해드리기 살짝 어렵지만,

그당시, 후드달린 티나 점퍼 입고 가면 학교에서 단속하던 그 시절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이라면....


아마 만족스런 감상을 하실 수 있으리라고...저는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만화를 찾아들고 뵙도록 하겠습니다.


PS) 열일곱살 나이때, 17세의 나레이션을 읽게 된것은....정말 제 인생의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이자리를 빌어 제 청춘의 한부분을 풍성하게 해준 작가 강경옥씨께 감사의 인사를 바칩니다.

PS2)  "차라리 비나 왔으면 좋았을걸" ....정말 모든 작품 통틀어 최고의 명대사....였습니다.